[열린 시선]‘한일 과학교류의 장’… 나가오 우주물질 연구 실험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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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
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
일본의 그릇된 역사 인식으로 한일관계가 광복 70년이 지나도록 헛돌고만 있다. 독도의 억지 영유권 주장, 동해 표기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위안부 사죄와 보상 문제 등 수많은 현안이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반복돼 한일관계는 냉각되기만 한다. 하지만 한일관계를 밝은 미래로 바꿔가고 있는 정의롭고 양심과 양식 있는 일본 국민도 많다. 전 도쿄대 원로 교수의 국경 넘은 훈훈한 과학 사랑이 그렇다.

얼마 전 인천 송도에 있는 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지질-운석연구실에서 새로운 실험실 개소행사가 열렸다. 우주물질연구 과학계에서는 대단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개소식이었다. 극지연구소 브레인 풀 연구원인 나가오 게이스케(長尾敬介) 전 도쿄대 교수(66)가 우주물질 생성 기원연구의 필수시설인 영족기체 동위원소 분석실험실을 국내 최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도쿄대와 오카야마대에서 평생 아끼며 연구하던 실험시설을 통째로 옮겨왔다. 이제 국내에도 영족기체 동위원소 분석시설이 설치돼 각국의 연구자가 찾아오는 세계적 실험실이 갖춰졌다. 한국은 우주물질 운석 1호 두원운석과 진주운석, 남극대륙에서 수집한 운석을 다수 보유했다. 이 운석들과 외계물질에 숨겨진 우주비밀을 캐는 주요 연구시설을 갖춰 우주물질 첨단연구에도 한발 다가서게 됐다.

나가오 교수는 헬륨 아르곤 네온 등 영족기체 동위원소를 분석하는 우주물질 전문가다. 그는 일본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소행성탐사선 ‘하야부사’의 소행성 물질 기원 연구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하야부사가 2010년 가져온 소행성 이토가와 표면물질의 영족기체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이 표면물질이 우주 풍화로 조금씩 발산돼 10억 년 후면 소행성 자체가 소멸될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평생 365일 실험실에서 연구하던 노벨상 강국의 전형적인 대학교수다. 또 그의 실험실은 2007년 오카야마대 구사카베 미노루(日下部實) 교수가 극지연구소에 구사카베 실험실을 만든 이후 두 번째이다. 구사카베 실험실은 우주물질 산소동위원소를 분석 실험한다.

21세기는 우주과학 시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먼 우주로 나아가 ‘뉴허라이즌스’ 발사 9년 6개월 만에 명왕성을 근접 통과하며 놀랍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지난해 소형 위성발사체인 나로호의 발사 성공 이후 2020년 대한민국 최초로 달 탐사선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건설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도 우주탐사 로버와 탐사장비 개발연구에 힘쓰고 있다.

실험실 개소로 동위원소 분석기술의 국내 전수와 한일 과학교류의 열린 장이 만들어졌다. 한 과학자의 국경 넘은 따뜻한 과학 사랑이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녹여내는 촉매제가 되기를 염원한다. 아울러 구사카베 실험실, 나가오 실험실에 이어 제3, 4의 실험실이 계속 탄생해 세계적인 우주과학 연구중심 허브로 성장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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