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텃밭서 創農 꿈 키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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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캠퍼스서 밭 100m² 경작… 창업동아리 ‘農樂’대표 이다슬씨

지난달 28일 가톨릭대 교내 단체 ‘농락’ 대표 이다슬 씨(왼쪽에서 네 번째)와 동료들이 텃밭을 가꾼 뒤 한자리에 모였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지난달 28일 가톨릭대 교내 단체 ‘농락’ 대표 이다슬 씨(왼쪽에서 네 번째)와 동료들이 텃밭을 가꾼 뒤 한자리에 모였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농사는 잘돼 가?”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학생인 이다슬 씨(21·여)가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말이다. 이 씨에겐 ‘잘 지내느냐’는 안부 인사나 다름없다. 다들 그럴듯한 스펙 쌓기에 한창일 시기, 이 씨는 농사에 열중하고 있다. 밭에서 삽질하는 학생은 이 씨 외에도 10여 명 더 있다. 이들은 바로 가톨릭대 교내 단체 ‘농락(農樂:농사짓는 즐거움)’ 회원들. 2년 전 농락 2기로 농사를 시작한 이 씨는 올해부터 농락 대표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28일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 캠퍼스 안 텃밭에서 이 씨를 만났다. 중앙도서관 뒤편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100m²(약 30평) 규모의 경지가 있었다. 그는 “오전에 농락 회원들과 이곳에 배추 당근 총각무를 심었다”며 “몇 달 전에는 상추 청경채 치커리 옥수수 등도 재배했다”고 자랑했다.

농락은 2012년 말 농촌 창업에 관심을 둔 한 가톨릭대 학생이 창립했다. 생활협동조합 결성이 이들의 최종 목표. 이 씨는 “지금은 비록 소규모 텃밭에서 적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 규모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락은 외부활동에 제약을 받기 싫어 일부러 교내 동아리로도 등록하지 않았다.

농락은 재배한 작물을 상품으로 판매한다. 텃밭을 가꾸는 대학 환경 동아리는 몇 군데 있지만 농사를 지어 적게나마 수익을 내는 곳은 농락이 유일하다. 특히 이들이 직접 키운 재료로 만든 컵 샐러드는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 80여 개의 컵은 내놓자마자 매번 매진이다. 손수 경작한 채소는 학교 주변에 쌈 채소를 이용하는 고깃집, 김장을 담그는 식당 등에도 판다. 주민들이 텃밭에 놀러와 직접 사가기도 한다.

아직 수익은 매년 50만∼80만 원 정도. 절반은 교내 장학금으로, 나머지는 방과 후 아이들을 지원하는 ‘꿈나무아동종합상담소’에 기부한다. 이 씨는 “저희와 거래하는 식당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작물을 사들여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적은 양이라도 꼬박꼬박 구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농락의 활발한 활동 덕에 경기도 그린캠퍼스협의회, 대학생환경연합회, IBK기업은행 등도 작물 모종을 제공하는 등 후원하고 있다. 처음엔 “학생들이 섣불리 농사를 지으면 조경을 해치거나 병해충이 많아질 수 있다”고 반대하던 학교도 지금은 “필요하면 땅을 더 내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농락을 창업동아리로 분류해 교내 텃밭 이용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씨는 농작물을 손수 재배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는 “대학생들도 농업의 주체가 되어 로컬푸드 생산에 앞장섰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농사에 관심 있는 청년들과 폭넓게 교류하며 대학생 농촌창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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