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도 불법베팅 했나… 농구계 ‘혼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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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불법도박 참고인 신분 소환”… 7명 수사… 12일까지 결과 발표
대학-중고교까지 확대 가능성
“전종목 200∼300명 사이트 가입”

농구 코트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경찰이 전·현직 프로농구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수 이름이 거론된 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불법 스포츠도박이 프로 선수뿐 아니라 대학 선수들과 중고교 선수들에까지도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는 소문까지 돌아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2일 중앙대 재학 시절 불법 스포츠토토 베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가대표 가드 김선형(SK·사진)을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는 “김선형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며 농구계 안팎에서 들리는 불법 도박에 관한 풍문을 확인하는 수준”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경찰 일각에서는 “가장 큰 물줄기를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수사 대상은 프로에 있거나 은퇴한 선수다.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대상은 김선형을 제외한 7명”이라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어 프로농구가 개막하는 12일까지는 결과를 발표한다. 충분히 수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승부 조작 혐의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 발표 때 함께 밝히겠다”고 말해 예상외로 사건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선수가 속한 구단은 팀 분위기가 극도로 나빠진 상태다. 주전 2명이 수사를 받고 있는 모 구단 감독은 충격에 빠져 몇 차례 훈련장에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전지훈련 중인 또 다른 구단은 해당 선수를 급하게 귀국 조치시켰다. 이번에 적발된 선수와 같은 대학에 다녔던 선수들이 많은 구단은 비공식적으로 도박 실태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뿐만 아니라 대학과 중고교 농구부까지 불법 스포츠도박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인터넷 사용이 능숙한 학생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이 만연해 있다는 게 농구계에 도는 소문이다. 수도권 고교 농구팀의 한 지도자는 “일부 고교 선수가 돈을 모아 한 선수에게 몰아준 뒤 대표로 베팅을 하게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중학교 선수들 사이에서도 이런 얘기들이 기정사실처럼 오고 가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한농구협회의 고위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을 인터넷 게임 정도로 가볍게 여긴다는 얘기를 들었다. 학생 선수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이번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모든 종목을 통틀어 200∼300명의 선수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가입해 있다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안다”며 “프로리그 일정 등을 감안해 주요 핵심 선수 위주로 수사를 벌였지만 나중에 추가로 아마 선수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재영 elegant@donga.com·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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