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국도 건설도 좋지만… 터널발파 피해는 없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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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석곡마을의 한 식당 관계자들이 국도 신설 공사에 따른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식당보다 10m 높게 도로가 지나간다. 왼쪽 건물이 식당, 오른쪽 전신주 뒤편이 석곡터널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석곡마을의 한 식당 관계자들이 국도 신설 공사에 따른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식당보다 10m 높게 도로가 지나간다. 왼쪽 건물이 식당, 오른쪽 전신주 뒤편이 석곡터널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식당 주변의 안전시설을 보강해 달라는 겁니다. 최소한의 요구마저 안 들어주면 어떻게 합니까.”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윗석곡길 국도 5호선 거제∼마산 구간 공사현장. 도로와 70m 떨어진 윗석곡길 57(석곡리 221)에서 7년째 S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강용호 진영숙 씨 부부는 시공업체인 SK건설에 불만을 털어놨다. 부인 진 씨는 “터널 발파와 대형 트럭 운행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180m²의 단층 불고기집인 식당은 골동품과 농기구 등으로 실내를 꾸며 연인과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이 찾고 있다.

강 씨는 “지난해 4∼8월 식당에서 직선거리로 130m 떨어진 석곡터널 공사 당시 발파 영향으로 벽면에 금이 가고 지붕에서 물이 샌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대연회장과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 영업을 중단했다. 대형 트럭이 다니면서 식당 주변 도로가 파손되고 흙먼지가 날리는 것은 예사였다. 식당 안 벽면은 곳곳이 갈라지고, 도로와 식당 사이의 담장에서는 돌멩이가 삐져나와 있었다. 강 씨는 공사 이후 나타난 현상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진 씨는 “지난해 즉각 민원을 제기하지 않은 것은 현장 인부들이 우리 식당을 이용하게 되면 ‘간접보상’이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협력업체는 6개월 동안 이곳을 이용하다 자체 급식소를 마련한 뒤 거래를 끊었다. 이때부터 분쟁이 시작됐다. 강 씨 부부는 공사 발주처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이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탄원서를 냈다. 진 씨는 “대기업과 1년 이상 싸우다 보니 지쳤다. 피해 복구만 된다면 식당업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SK건설도 할 말이 많다. ‘공사로 인한 피해’라는 입증이 부족할 뿐 아니라 법적으로 보상할 방법도 없다는 것. 강 씨 부부의 ‘지나친 요구’도 지적했다. SK건설 윤광수 공무부장은 “처음엔 4억3000만 원을 요구했다가 최근엔 2억3000만 원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몇 차례 담장과 지붕 누수를 손질해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아 시간이 흘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강 씨 부부와 별도로 구산면 욱곡마을 주민들도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SK건설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주민 50여 명이 내포2터널 공사장 부근에서 공사 중단과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발파로 인한 화학물질과 토사가 바다로 흘러들어 바지락과 미더덕 양식장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에는 “교량을 건설하기로 했던 석곡터널 인근 계곡을 토사로 메워 공동어장이 엉망이 됐다”며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국도 5호선 거제 장목∼마산 월영동 구간 25km 가운데 구산면 지역 2공구 6.7km는 ㈜삼호가, 3공구 6.4km는 SK건설이 2020년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그러나 해상구간(교량) 8km와 거제지역 1공구 3.8km는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발주조차 하지 않았다. 3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도로가 ‘반쪽’으로 개통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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