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2010년 北서 김정일 못만난건… 백악관이 방북승인 늦게 내줬기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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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e메일 추가공개로 드러나
“베이너는 나약” “캐머런은 속물”… 美하원의장-英총리 혹평도 담겨

5년 전인 2010년 8월 25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던 아이잘론 말리 곰스 씨를 데리고 나오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그의 방북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으로 이어질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김정일이 다음 날인 26일 돌연 중국 방문길에 오르는 바람에 카터 전 대통령은 난처한 입장이 됐다. 일각에서는 1994년 6월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난 김일성이 다음 달 사망했기 때문에 김정일이 ‘재수 없는 늙은이’를 일부러 피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진상은 전혀 달랐다. 곰스 씨를 데리고 귀환한 뒤 카터 전 대통령이 국무부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그는 2010년 7월 21일 당시 ‘곰스 씨 석방을 위해 방북해 달라’는 북한의 통보를 받았고 이를 주선한 평양 사람들이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는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백악관에 통보했지만 평소 그의 방북 행적에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방북 승인을 차일피일 미뤘다고 한다. 결국 평양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지 한 달여가 지난 8월 중순이 되어서야 미 정부의 방북 승인이 났다는 것. 김정일은 이미 방중 일정을 잡은 뒤였다.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이 낸 보고서가 지난달 31일 국무부가 공개한 힐러리 클린턴(사진) 당시 국무부 장관의 e메일 7000쪽 분량 가운데 포함돼 있었다.

재임 중 국무부가 아닌 개인 e메일을 공무용으로 사용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힐러리 전 장관 e메일에는 국내외 정치인에 대한 측근들의 험담 등 밝혀져서는 안 될 내용들이 가득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힐러리의 최측근이던 시드니 블루먼솔은 2010년 11월 2일 힐러리에게 보낸 e메일에서 티파티 열풍을 안고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한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게으르고 나약한 알코올중독자”라고 묘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블루먼솔은 또 2010년 5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새로 취임하자 그를 ‘속물’이라고 깎아내린 e메일도 힐러리에게 보냈다. e메일에는 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부인 셰리 블레어가 카타르 왕세자를 위해 힐러리에게 로비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미국 법원은 ‘e메일 게이트’와 관련해 업무상 비밀이 담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내년 1월 29일까지 순차적으로 전체 e메일을 공개하도록 명령했다. 31일 공개된 것은 2009∼2010년 e메일 4368건 중 일부분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카터#힐러리#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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