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抗日’ 띄우는 中… 팔로군 합류한 日노병도 열병식 참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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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승절 70주년 기념식
부분 계엄 베이징 도심엔 적막감, 오락방송 중단… 항일프로 집중방영
日전범 얼굴 본뜬 아이스크림 등장… 중화권매체 “장쩌민-후진타오 참석”
푸틴, 中-러 공동 인터뷰서 日겨냥… “戰後 역사 뒤집으려는 국가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2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병식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관영 중앙(CC)TV 등은 1일부터 종합 오락 방송을 중단하고 열병 부대의 최종 훈련 장면을 매시간 내보내고 항일 전쟁 프로그램을 집중 방영했다. 대형 빌딩과 육교, 버스 정류장에는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위대한 승리’ 등의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날 베이징 도심은 사실상 계엄 상황이 펼쳐지면서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유령 도시’가 됐다고 표현했다. 열병식으로 중심가 등에 대한 통제가 강도 높게 이어지는 데다 일반 서민들은 열병식 행사장에 참석이 배제되자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번 행사 곳곳에서는 ‘항일’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상징들이 등장한다. 우선 열병식에 공산당 팔로군에서 항일전쟁에 합류했던 일본인 노병으로 올해 96세인 고바야시 간초(小林寬澄) 씨가 참가한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그는 1940년 징집돼 중국에 파병된 뒤 팔로군의 포로로 붙잡힌 상황에서 공산당에 전향해 대일 항전에 나섰던 인물이다.

또 일본의 태평양전쟁 A급 전범으로 종전 후 처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일본 총리의 얼굴을 본뜬 아이스크림까지 등장했다. 상하이(上海)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아이시즌(Iceason)’에서 내놓은 ‘도조 히데키 3D 프린팅 아이스바’는 대머리에 콧수염이 있고 안경을 쓴 도조의 생전 모습을 꼭 빼닮았다. 광고 포스터에도 ‘9월 3일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일’ ‘만인이 함께 도조 히데키를 먹자’는 문구 등을 넣어 반일정서를 겨냥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열병식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6가지 의미를 설명하면서 미국에 대해 “중국이 세계 군사 무대에 등장했으며 최악의 경우 국가 이익을 지킬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 수호’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에 의한 중국 견제, 일본이 평화헌법을 수정해 정상 국가로 움직이면서 미국의 중국 견제를 지지하는 것에 대응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반일’에 나섰다. 그는 3일 열병식 참가를 앞두고 중-러 양국 관영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에 도쿄 전범 재판 등 2차 대전의 결과를 뒤집으려는 국가가 있다”며 일본을 맹비난했다. 이어 “소련과 중국은 나치주의와 일본 군국주의에 저항하고 반격한 맹우(盟友)”라며 “(양국은) 침략자의 공격을 받았으나 결국에는 승리해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주었다”고 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2일 열병식에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참가한다고 전했다. 두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30일 건국 65주년 국경절 만찬에도 나란히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자리를 함께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팔로군#합류#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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