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 기업경영 목소리 세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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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16년초 ‘행동강령’ 도입

내년부터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더 활발하게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주로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행동강령(일명 ‘스튜어드십 코드’)을 올해 말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초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그 적용 여부는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각 기관투자가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이 궁극적으로 증시 활성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외국인투자가 등에게 국내 증시의 매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투자가 행동강령 내년부터 자율 도입


정부가 구상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초안은 마무리 단계다. 당초 일정 규모 이상의 기관투자가들은 의무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따르게 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적용 여부는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 스튜어드십 코드를 따르는 기관투자가 명단을 공개해 투자자들이 참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외부 평판 때문에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준수되도록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행 보고서를 받아 평가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투자가들도 공개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미 무르익고 있다. 현재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너무 미흡하다는 비판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연금은 SK와 SK C&C 합병 때는 의결권 자문위원회를 거쳐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그와 유사한 건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서는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자체적으로 찬성 결정을 내렸다. 또 이를 두고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도 않았다. 최근 롯데 사태에서도 국민연금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기업 가치를 계속 떨어뜨리는 상황을 팔짱 끼고 지켜만 봤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연금은 롯데푸드(13.31%)의 최대 주주이자 롯데칠성음료 롯데하이마트의 2대 주주였다.

기업지배구조연구원 송민경 박사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될 경우 경영권 분쟁 등 기업에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기관투자가들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문제가 됐을 때 기관투자가가 자신들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를 대신해 롯데 지분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 도입 지연 두고 “재계 반발 의식” 논란도


다만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시기는 내년으로 늦추기로 했다. 당초 늦어도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려 했지만 롯데 사태와 삼성-엘리엇 분쟁 등 현안들이 터지며 세부적으로 검토할 사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멤버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는 만큼 도입 시기는 내년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을 두고 “기관투자가를 앞세운 경영권의 과도한 침해”라고 반발하는 재계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주도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제도 도입으로 인해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관(官)의 입김이 세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유재동 기자
#기관투자가#기업경영#행동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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