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높이-진동 잡기 8년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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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돌풍 LG ‘트롬 트윈워시’ 개발팀이 전하는 뒷얘기

LG전자 세탁기상품기획팀 임준수 부장(왼쪽)과 이선미 과장이 8년 동안 공들여 세상에 내놓은 ‘트롬 트윈워시’ 옆에 섰다. 임 부장은 총괄 작업을, 이 과장은 실무를 담당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세탁기상품기획팀 임준수 부장(왼쪽)과 이선미 과장이 8년 동안 공들여 세상에 내놓은 ‘트롬 트윈워시’ 옆에 섰다. 임 부장은 총괄 작업을, 이 과장은 실무를 담당했다. LG전자 제공
연구 기간 8년, 연구 자금 200억 원, 투입 인원 150명.

LG전자가 7월 22일 내놓은 신개념 세탁기 ‘트롬 트윈워시’에 들인 노력이다. 트윈워시는 이름 그대로 2개의 세탁기를 한 몸처럼 연결해 빨래하도록 만든 세탁기다. 동급 용량 세탁기(21kg 기준)에 비해 현재 3배 정도 더 많이 팔릴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LG트윈타워에서 트윈워시 기획부터 최종 생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LG전자 세탁기상품기획팀 임준수 부장과 이선미 과장을 만났다. 둘은 트윈워시가 빛을 보기까지 산파 역할을 한 인물들이다.

“2007년경이었습니다. 소비자 조사를 했더니 대형 세탁기가 있는 가정도 아기 옷이나 속옷은 따로 빨고자 하더군요. 그때부터 2개의 세탁기를 하나로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임 부장)

우선 세탁기 합체 방식부터 연구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위아래로 세탁기를 합체하는 게 나았다. 하지만 드럼 세탁기 2개를 위아래로 붙였더니 냉장고 높이만큼 키가 커졌다. 그때 낸 아이디어가 ‘하단 세탁기를 눕히자’는 거였다. 하단 드럼 세탁기는 사실상 통돌이 세탁기 역할을 했다.

그랬더니 세탁기 높이가 1358mm로 낮아졌다. 상단에 올린 세탁기의 문을 여니 조금만 허리를 굽히면 세탁물을 꺼낼 수 있었다. 살짝 높아진 높이가 과거 경험하지 못한 편리함을 발견하게 해 준 것이다.

형체 문제를 해결하자 ‘진동’이라는 새로운 벽에 부닥쳤다. 위아래 세탁기를 모두 가동했더니 진동이 너무 컸던 것. 상단 세탁기는 상하로 드럼이 돌았고 하단 세탁기는 좌우로 드럼이 돌면서 양측 진동이 서로 충돌했다. 자칫 세탁기가 쓰러질 뻔한 적도 있었다.

임 부장은 엔지니어들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엔지니어들은 자동차 진동을 줄여주는 서스펜션과 같은 기능을 하는 구조물을 넣어 세탁기 드럼이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때서야 위아래 세탁기를 모두 돌려도 안정감 있게 세탁기가 고정됐다.

“설명만 들으면 ‘별것 아니다’고 느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콘셉트를 구체화하고 설계까지 만드는 데 수년이 걸렸고, 기능을 구체화하는 데도 몇 년 걸렸어요. 각 단계마다 전담 인원이 계속 바뀌었지요.”(이 과장)

애초 2개의 세탁기를 일체형으로 만들었지만 개발 과정에서 분리형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존 세탁기 사용자들도 하단 미니워시를 사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트윈워시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가전박람회 ‘CES 2015’에서 처음 공개됐다. ‘세탁실의 작은 혁명’(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최근 몇 년 동안 본 세탁기 중 가장 흥미로운 세탁기’(미국의 온라인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언제 성공을 예감했느냐”고 물었더니 임 부장은 “2009년쯤 LG전자 차원에서 트윈워시를 정식 개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때 ‘세상에 없던 새로운 세탁기가 탄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답했다. 이 과장은 “2년 전 시제품을 만들어 고객 테스트를 했더니 모두가 감탄했다. 그때 ‘대박’을 터뜨릴 것이란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상하 세탁기가 붙은 트윈워시의 출하가는 230만∼280만 원대다. 하단 미니워시만 따로 사면 70만∼80만 원대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쌍둥이#세탁기#트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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