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연수 한 달 만에 실력 확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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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바둑연수생 초청 사업 참가… 美 프린스턴대 3학년 켈시 다이어

지난달 28일 미국 프린스턴대 재학 중인 켈시 다이어 씨(20)는 책을 보고 독학해서인지 아마 2단치고는 포석 형태가 깨끗하고 틀이 잡혀 있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난달 28일 미국 프린스턴대 재학 중인 켈시 다이어 씨(20)는 책을 보고 독학해서인지 아마 2단치고는 포석 형태가 깨끗하고 틀이 잡혀 있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국에 오니 실력이 센 상수와 마음껏 둘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국 오기 전엔 아마 초단이던 실력도 지금은 한 점 이상 는 것 같아요.”

미국 명문대인 프린스턴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는 3학년생 켈시 다이어(20·여).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에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앳된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달 초 미국바둑협회 추천으로 대한바둑협회의 해외 바둑연수생 초청 사업에 참가했다. 독일 프랑스 호주 베트남 등에서 온 다른 연수생 10여 명과 함께 권갑용 국제바둑도장에서 숙식하며 한 달 가까이 바둑을 배웠다.

“도장에서 프로를 지망하며 공부하는 한국 어린이들의 실력에 깜짝 놀랐고 그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바둑 공부에 매진하는 점에 다시 놀랐어요. 저와 연수생들도 그들과 똑같이 공부했는데 무척 만족스러워요.”

한국 음식도 생각보다 입에 잘 맞았다. 그는 “김치의 독특한 맛이 매력적이었고 오징어 고추장 볶음이 별미였다”며 “미국에선 꺼리는 오징어가 그런 맛이 나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11세 때 만화 ‘고스트 바둑왕’을 보고 바둑을 알고 싶었다. 주변에 바둑을 두는 사람이 없어 인터넷과 바둑 책을 보고 독학했다. 이듬해 집(워싱턴 인근)에서 가까운 곳에서 열린 ‘북(北)버지니아 바둑 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당시 실력이 12급 정도였는데 그 대회에서 75세 노인과 8점을 깔고 뒀다가 대패했죠. 일본계 여자아이들과도 뒀는데 승패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를 계기로 친해져서 바둑을 많이 뒀어요.”

이후로 인터넷 바둑 사이트와 지역 대회에서 대국을 하면서 독학을 계속했다. 하루 평균 2시간 정도는 바둑 공부에 썼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 바둑을 잠시 떠나 있었던 적은 없었는지 물었다.

“아뇨. 오히려 바둑이 대학 진학에 큰 도움이 됐어요. 미국 대학은 성적만으로 뽑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보는데 제가 대학에 제출하는 에세이를 바둑에 관해 썼어요. 바둑을 배운 이유와 바둑 두면서 만난 사람들 얘기, 그리고 바둑이 얼마나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을 길러 주는지에 대해서요. 이를 학교에선 대학 공부에 꼭 필요한 자질이라고 보고 좋게 평가했다고 해요.”

좋아하는 프로기사를 묻자 서슴없이 “세돌 리(이세돌)”라며 ‘와우’ 하는 감탄사를 냈다.

“변화무쌍하고 예측할 수 없는데 결국 이겨 가는 게 멋있어요. 지난달 초 전남 일대에서 열린 국수산맥배에 참가한 이세돌 9단을 직접 봤는데 사인을 못 받은 게 아쉽네요.”

그는 바둑의 장점에 대해선 “여러 전술을 한꺼번에 구사하면서 전체 형세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판단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업으로는 역사학 교수가 꿈이지만 학교 바둑 클럽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아마 5단까지 실력을 올려놓겠다는 것이 목표다.

“내년 2월 열리는 뉴저지 주 바둑대회에 나가 톱10에 들고 수년내 우승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번 한국에서의 연수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해외 바둑연수생#프린스턴대#켈시 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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