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 선수 없이 뛰는 야구…SK의 민망한 아이러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2일 05시 45분


SK 김용희 감독. 스포츠동아DB
SK 김용희 감독. 스포츠동아DB
김용희 감독 주문에도 팀도루 9위·실패 1위

시즌 전 계획이 뭐 하나 들어맞는 것 없는 SK이지만, 특히나 ‘뛰는 야구’는 참담한 수준이다. SK 김용희 감독이 “투수, 수비와 더불어 주루는 타격보다 중요하다”고 선언한 것이 민망할 정도다.

8월까지 SK의 팀 도루는 75개로 전체 9위다. 장타력의 팀이라 굳이 뛸 필요성이 적은 넥센(71도루)에만 겨우 앞섰다. 1위 NC(178도루)와는 100개 이상 차이가 난다. 더 심각한 문제는 NC의 도루 실패가 51개인데 반해 SK는 52개다. 실패로 따지면 10개 구단 전체 1위다. 여기에다 SK 포수들의 도루 허용은 85개에 달한다. 뛰는 야구에 관한 한 극도로 비효율적인 야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SK의 아이러니는 뛸 선수가 없는데 뛰는 야구를 선언한 점이다. 8월까지 조동화와 이명기가 나란히 16도루로 팀 내 1위다. 박계현(10도루)이 그 뒤를 잇고 있다. 8월 30일 수원 kt전에선 2점차로 뒤지던 9회 대주자 유서준이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 당하는 상식 밖의 주루 플레이까지 나왔다. 유서준이 벤치의 사인을 잘못 이해한 탓에 벌어진 일이지만, 이것이 SK의 현실이다. 단순히 도루에 한정되지 않고, 시즌 내내 SK는 고비마다 견제사와 주루실수가 잇따르면서 자멸하곤 했다.

SK는 1일 확대엔트리에 맞춰 유서준을 2군으로 내렸다. 그 대신 팀 최고의 준족인 김재현을 불렀다. 최정, 김강민 등이 잦은 부상으로 많이 뛰지 못한 것이 표면적 이유일 순 있다. 그러나 경기 초반 희생번트 등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스몰볼을 추구하는 김 감독이 정작 ‘뛰는 야구’에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SK 야구의 색깔마저 모호해졌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