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은마는 오지 않는다’ 이혜숙, 몬트리올영화제 여우주연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9월 2일 07시 05분


■ 1991년 9월 2일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50대 이상 여배우들 가운데에는 1980∼90년대 톱스타의 위상을 굳히며 미모와 연기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이들이 많다. 장미희, 유지인, 이미숙, 이보희, 금보라, 김미숙, 나영희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이혜숙이다.

이혜숙은 “초가을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같은 이미지로 가녀린 체구에 오밀조밀한 마스크, 속삭이듯 사근사근한 목소리”(1991년 9월14일자 동아일보)로 많은 관객과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가 1991년 오늘, 영화 ‘은마는 오지 않는다(사진)’로 제15회 캐나다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와 함께 연출자인 장길수 감독은 각본상을 차지했다. 해외 영화제에서 이처럼 2개 부문을 수상한 것은 한국영화사에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여우주연상은 1987년 강수연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씨받이’로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1988년 신혜수(아다다, 몬트리올영화제), 1989년 강수연(아제아제 바라아제 모스크바영화제), 1990년 심혜진(그들도 우리처럼, 낭트영화제)에 이은 다섯 번째 성과였다. 특히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22개 작품과 경연을 펼쳐 대상과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작가 안정효가 미국에서 펴낸 소설을 원작으로, 한국전쟁의 참상 안에서 미군에 겁탈당한 뒤 세상에 버림 받으며 양공주로 전락한 한 시골 아낙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혜숙은 김보연, 방은희와 함께 주연으로 나서 열연을 펼쳤다. 전쟁의 폭력과 세상의 외면이라는 이중의 억압적 상황에 놓인 아낙의 서글픈 인생을 눈물로 그려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이혜숙은 1979년 미스 해태 겸 MBC 10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어 1981년 드라마 ‘장희빈’의 인현왕후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영화 ‘젊은 날의 초상’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등과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가녀린 여성상으로서 관객과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1988년 일본 후지TV의 ‘서울 소울’의 MC로 나서며 일본에까지 얼굴을 알린 당대의 톱스타로 군림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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