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아파트 인질극’ 경찰의 침착한 대처가 인명 피해 막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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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6시 전남 순천시의 한 카페. 위모 씨(56)가 카페 여주인 김모 씨(44)를 때린 후 혁대로 손을 묶어 놓고 밖으로 나가 김 씨의 승용차를 몰고 사라졌다. 김 씨는 잠시 후 혁대를 풀고 112에 신고하고 피신했다.

경찰은 카페에서 1㎞ 가량 떨어진 김 씨의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를 발견했다. 경찰이 위 씨에게 전화를 걸자 김 씨의 집 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경찰은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초인종을 눌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경찰이 인터폰으로 “119소방관들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갈 것”이라고 하자 김 씨의 어머니(73)가 문을 열고 나왔다.

경찰은 집 내부를 수색하던 중 베란다 보일러실에서 흉기를 갖고 숨어있던 위 씨를 발견했다. 위 씨는 경찰관들에게 칼을 휘두르며 몸싸움을 하던 중 김 씨의 아들(9·초교2)을 인질로 잡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위 씨는 오전 7시 4분부터 경찰과 대치했다. 위 씨는 안방 문 뒤에 화장대 등을 세워놓고 경찰 진입을 막았다. 오른손으로 흉기를 들고 왼손으로는 김 씨의 아들 손을 잡고 있었다.

위 씨는 경찰에게 “김 씨를 데리고 와라. 데리고 오지 않으면 불을 질러 죽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은 특공대를 배치하는 한편 구급차와 고가사다리 배치, 추락 충격 방지용 메트리스 설치 등을 통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위 씨에게 5분 간격으로 말을 걸고 담배, 김밥, 음료수를 방으로 밀어 넣으며 설득했다. 또 위 씨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메모지에 자신의 주장을 적도록 했다. 경찰은 위 씨에게 “김 씨가 집으로 오고 있다. 대화를 하자”며 안심시켰다.

위 씨가 심리적 안정을 찾자 박모 경위(53) 등 형사 2명이 “담배를 직접 건네주겠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박 경위 등은 담배를 건네는 척하다 김 씨의 아들 밑에 놓여있던 흉기를 빼앗았다. 박 경위 등은 이후 김 씨의 아들을 방에서 내보낸 뒤 위 씨를 이날 오전 9시 반 검거했다. 경찰의 침착한 대처가 인명 피해를 막았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위 씨에 대해 인질강요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위 씨는 경찰에서 “김 씨를 손님 입장에서 처음 만났지만 결혼 약속을 할 정도로 가까워졌다”며 “김 씨가 다른 남자(손님)들을 만나는데다 무시하는 것 같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우발적으로 인질극을 벌였고 평소 삼촌으로 부르며 잘 따르던 김 씨의 아들에게 상처를 줘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씨는 “위 씨와는 손님 관계일 뿐이며 아들과 같은 종교시설을 다니며 친하게 지냈다”며 친분 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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