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블랙캡처럼 명품택시 만들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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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고급택시 예비기사들 정장 입고 영어-서비스 교육 열중
지원자 500명 몰려… 10월 운행

25일 서울 광진구 뚝섬로 교육장에서 정장을 갖춰 입은 하이엔 소속 강사(오른쪽)가 도어 서비스 시범을 보이고 있다. 다음카카오 제공
25일 서울 광진구 뚝섬로 교육장에서 정장을 갖춰 입은 하이엔 소속 강사(오른쪽)가 도어 서비스 시범을 보이고 있다. 다음카카오 제공
“Let me open the door for you(문 열어 드리겠습니다).”

오랜만에 꺼내 신은 구두는 윤이 나도록 닦여 있었다. 더러 재킷과 정장 바지 색이 맞지 않는 이들도 보였다. 25일 서울 광진구 뚝섬로 다음카카오 고급택시 운전사 교육장에서는 50여 명의 청장년층 예비 운전사들이 강사가 가리키는 영어 문장을 따라 외치고 있었다. 평소 입지 않던 와이셔츠에 검은 재킷, 가죽 구두까지 갖춰 착용한 택시 운전사들은 장시간 교육에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벤츠 승용차 뒷문을 여는 연습을 했다.

이날 교육장에서 만난 예비 운전사들은 배기량 3000cc급 벤츠 차량 안을 몇 번이고 들여다봤다. 정장을 입은 강사가 “‘고급택시를 타봤는데, 차만 좋지 운전사들은 똑같더라’ 이런 말 나오는 순간 끝이다”라고 말하자 운전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르면 10월부터 국내 최초로 서울 지역에 고급택시가 등장한다. 정부가 고급택시 운행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추진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서울시가 시범 운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고급택시는 택시회사 표시가 없는 고급 차량을 전문 교육을 받은 운전사가 운행하는 일종의 개인용 리무진 서비스. 현재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다음카카오와 운전사 교육 업체 하이엔이 법인용 고급택시 면허를 발급받으려는 일부 택시회사와 손잡고 사업을 준비 중이다. 고급택시 운전사들은 사납금을 내지 않는 대신 월급을 받는다. 고급택시 요금은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존 모범택시 요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라고 다음카카오는 밝혔다.

시범 운행을 한 달여 앞둔 현재까지 다음카카오 고급택시 운전사 지원자는 500여 명. 영국 블랙캡이나 친절 서비스로 유명한 일본 MK택시는 오랜 기간 전문 운전사 교육 시스템을 갖춰 왔다.

모범택시 기사들 “유사 서비스” 긴장 ▼

국내에서는 이번이 1호 고급택시 운전사 교육 사례가 된다. 하이엔은 영국 블랙캡 양성 기관(TTPL)과 협력을 맺고 교육 과정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다음카카오 고급택시 운전사들은 1차로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선발된다. 이 과정에서 음주운전이나 교통 법규 위반 사고 등 부적격 기록이 있는 지원자는 배제된다. 선발된 인원은 인사법부터 도어 서비스, 외국어, 재난 대응법과 함께 고급택시 앱 사용법을 배운다. 1기 교육생 27명 중 최종 선발된 고급택시 운전사는 24명이었다.

예비 운전사들에게 고급택시 운행은 열악한 기존 근무 환경을 극복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 택시 운전사 외에도 유사 서비스였던 우버 블랙을 운행하던 이들이나 정년퇴직한 지원자도 많았다. 택시 운전사 출신 이광석 씨(55)는 “고급택시는 사납금이 없고 급여가 높아 운전사들에게 제2의 기회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군 수송 업무를 하다 퇴직한 하정환 씨(55)는 “한국의 고급택시를 영국의 블랙캡, 일본의 MK택시보다도 훌륭한 1등 서비스로 만드는 데 초석이 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일각에선 모범택시를 비롯한 기존 업계 밥그릇을 빼앗는 일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올 초 장애인이나 노약자용을 제외한 국내 서비스를 철수시킨 우버만큼 반발이 심하진 않지만 모범택시 운전사들로서는 유사 서비스 등장이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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