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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펜스의 한국 블로그]색다른 만화 ‘그래픽노블’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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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펜스의 한국 블로그]색다른 만화 ‘그래픽노블’을 소개합니다

동아일보입력 2015-08-27 03:00수정 2015-08-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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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펜스
벨기에인으로서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는 출판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만화’다. 만화는 프랑스말로 ‘그려진 스트립’이란 뜻인 방드데시네(bande dessin´ee·보통 약자로 베데·BD라고 함), 플랑드르말로 ‘스트립으로 된 이야기’란 뜻인 스트립베르할(stripverhaal)이라고 한다. 이 두 표현에는 영어 ‘comic strip’과 달리 ‘코믹’이란 단어가 빠져 있다. 만화를 상당히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벨기에에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만화를 열정적으로 소비한다. 만화 컬렉션을 열심히, 소중하게 수집하는 성인도 많다. 내 고향에는 “만화가 7세부터 77세까지의 젊은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표현이 있다. 읽는 것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의 중요한 아이템이란 의미다. 통상적인 벨기에-프랑스식 만화 ‘베데’ 판형은 한국 만화와 일본 만가보다 훨씬 크고 얇다. 본문은 보통 풀 컬러이며 표지는 양장본이다. 만화-만가 판형보다 고급스러우며 가격도 비교적 꽤 비싸다(예를 들면 ‘땡땡의 모험’ 시리즈는 프랑스판 정가가 현재 권당 1만4000원 정도다). 유럽에서는 만화가 건축 조각 그림 음악 문학 무대예술 영화 사진에 이어 ‘9번째 예술’이라고도 알려진 바 있다. 벨기에와 프랑스에서는 ‘베데’에 대한 학술서가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벨기에인인 나도 여전히 ‘만화광’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하게 된 만화 종류가 하나 있다. ‘그래픽노블(graphic novel)’이다. 그래픽노블은 만화이면서도 문학성이 강한, ‘색다른 만화’라고 볼 수 있다. 만화의 ‘하위 범주’라고나 할까. 50년 전에 미국에서 처음 쓴 용어이며 아직 확실히 정의 내려진 바 없어 틀리게 사용하기 쉬운 개념이다.

그래픽노블만의 특징을 간단히 얘기하자면 주로 연재물이 아닌 독립형이라는 점, 문학적인 서술이 이루어진다는 점, 페이지 수가 상당하다는 점이다(100쪽 미만이면 ‘그래픽노벨라’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500쪽 분량의 그래픽노블도 드물지 않다). 책의 형태도 상당히 고급스러우며 가격도 만화치고는 꽤 비싸다. 확실히 ‘보통 만화책과는 다른 만화책’이다. 연재되는 미국 슈퍼히어로 만화는 그래픽노블이 아니라 미국 코믹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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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고 있는 출판사 ‘열린책들’의 자매회사인 미메시스 출판사에서 2010년부터 펴내고 있는 만화는 주로 해외 만화다. 그 컬렉션은 포괄적으로 ‘미메시스 그래픽노블’이라고 부른다(모두 다 그래픽노블은 아니지만 편의상 이렇게 불러 왔다). 내가 첫 번째로 기획한 그래픽노블 ‘아스테리오스 폴립’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독자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고 그 덕에 만화 기획자로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많은 해외 만화를 출판하게 됐다. 내가 선정한 만화책이 모두 잘 팔린 건 전혀 아니지만 점차 좋은 컬렉션을 만들어 나가면서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래픽노블 시장이 아직도 무척 좁다. ‘좋은 책을 계속 출간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기를 얻겠지’라고 믿고 5년 전부터 꾸준히 세계 만화를 한국 독자들한테 소개해 왔다. 하지만 그래픽노블 시장 자체가 여전히 한국에서는 틈새시장이다. 두 달 전 경상남도의 한 시내를 산책하다가 어느 만화카페를 잠깐 들어가 “그래픽노블은 어디 있냐”고 물어봤다. 직원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걸 보고 ‘한국에 서구 만화 전성시대가 오기엔 아직 멀었구나’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래픽노블’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다는 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정말 중요한 건 작품이다. 만화는 다른 예술 분야만큼 가치가 있는 절대적인, 종합적인 예술이다. 대단한 걸작도 많다. 이번 여름에 추천하고 싶은 우수한 해외 만화 몇 편이 있다. ‘쥐’ ‘푸른 알약’ ‘페르세폴리스’ ‘발작 1, 2’ ‘바늘땀’ ‘담요’, 또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올해의 아이스너상 수상작 ‘그해 여름’. 그리고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분들한테는 특히 1980년대 고전인 폴 커시너의 ‘버스’를(내 출퇴근 버스인 2200번을 매일 타는 출판 편집자들한테 특히) 권한다. 모두 여름의 막바지를 그래픽노블과 함께 즐기기를 바란다.

※벨기에 출신인 필자(39)는 벨기에 명문 루뱅대 법학과와 브뤼셀 KUB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다 현재 출판사 열린책들 해외문학팀 차장으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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