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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탄생의 신비, 우리가 잘 몰랐던 性스러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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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탄생의 신비, 우리가 잘 몰랐던 性스러운 이야기

동아일보입력 2015-08-22 03:00수정 2015-08-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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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태어나는가/로버트 마틴 지음/김홍표 옮김/436쪽·2만2000원·궁리
수정-발생-출산-육아까지의 인간 생식의 모든 과학지식 망라
인류의 진화와 몸의 소중함 되새겨
‘우리는 어떻게 태어나는가’는 성세포의 기원부터 임신과 피임, 아기 돌보는 법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식의 뿌리를 추적한다. 그리스신화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을 묘사한 안토니오 카노바의 조각 작품 ‘에로스와 프시케’(1797년). 궁리 제공
우리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난자와 정자가 만나 만들어진 수정란에서 출발한다고 말할 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밀접한 성적 접촉―최근에는 이 과정이 시험관 속에서 일어나기도 하지만―에 의해 만난 두 생식세포는 하나로 합쳐져 수정란을 만들고, 하나였던 수정란은 좁고 긴 나팔관을 지나 자궁 내벽에 자리 잡은 뒤 저마다 다른 기능을 부여받은 200여 종의 세포로 분화하면서 자라난다.

그렇게 자궁 속에서 아홉 달 혹은 열 달 동안 자란 태아는 적당한 시기가 되면 좁고 구부러진 산도(産道)―혹은 의사가 터준 자궁벽의 갈라진 틈―를 통해 하늘을 등지고 태어난다. 따뜻하고 중력의 영향도 덜 받는 양수 속에 둥둥 떠서 탯줄로 숨쉬고 먹고 배설하던 태아 시기를 끝내고 피부로 느껴지는 온도 변화와 몸을 아래쪽으로 짓누르는 중력의 힘을 느끼며 스스로의 폐와 위와 장을 이용하는 법을 터득하며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탄생의 순간 울려 퍼지는 아기의 첫울음은 세상에 자신의 존재가 추가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누구나 그렇게 생겨나고 그렇게 태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과정이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그 자연스러움에 인위적인 학습은 필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정말로 그럴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서 저절로 알게 되지는 않는다. 사계절이 자연스레 바뀐다고 해서 그 원인이 저절로 깨쳐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번식은 자연스러운 생명체의 본능이지만, 정작 그 번식의 결과물인 우리는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화학적, 생물학적 사실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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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이 책 ‘우리는 어떻게 태어나는가’가 하나의 실마리가 되어 줄 수 있을 듯하다. ‘사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신비로운 성과학’이라는, 다소 ‘19금(禁)스러운’ 부제목에 혹해서 책장을 펼쳤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동물의 ‘성적 행위’보다는 수정과 발생, 출산과 수유, 육아를 통해 하나의 암컷과 수컷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학적 지식들을 망라해서 들려주기 때문이다.

동물행동학계의 거두 니코 틴버겐의 제자이며, 동물행동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리처드 도킨스와 같이 공부했던 이력답게 저자가 들려주는 인간의 생식생물학 이야기는 과학서라기보다는 거대한 역사서를 마주한 느낌이 든다. 차이가 있다면 진화생물학적 관점이라는 독특한 사관(史觀)을 통해 인류가 살아온 시간을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란 억겁의 시간을 견뎌낸 진화의 결과들이 오롯이 녹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한한 감격과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도 더해서 말이다.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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