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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당신의 기억,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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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당신의 기억,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서정보기자 입력 2015-08-22 03:00수정 2015-08-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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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이미옥 옮김/388쪽·1만7500원·에코리브르
미국의 심리학자인 브라운과 머피는 1989년 간단한 실험을 했다. 피실험자들은 첫 번째 모임에서 주제를 가리지 않고 아이디어를 낸 뒤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몇 주 뒤 두 번째 모임에서는 피실험자들에게 지난번 모임에서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얘기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몇 주 뒤에는 지금까지 꺼내지 않은 아이디어를 말하라고 했다.

지난 20여 년간 같은 실험이 수십 차례 이뤄졌는데 결과는 항상 동일했다. 세 번째 모임에서 새로운 것이라며 낸 아이디어가 실제로는 첫 번째 모임에서 다른 사람이 제안했던 아이디어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기억 속에 있는 내용의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고 원래 내 것으로 착각하는 ‘잠복기억’에 관한 실험이었다.

비틀스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은 1969년 ‘My sweet lord’를 발표해 세계적으로 히트했지만 얼마 후 여성 그룹 치폰스에게 ‘He‘s so fine’(1963년)이란 그들의 곡을 표절했다고 소송을 당했다. 멜로디는 거의 비슷했다. 재판부는 해리슨이 무의식적 기억 속에 있는 것을 의도치 않게 복사한 것 같지만 표절은 표절인 만큼 이익금 가운데 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우리 기억은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고 잊히고 변형된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교수인 저자는 망각과 기억에 관한 최신 연구 이론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최초의 기억은 과연 제대로 된 기억인지, 꿈은 왜 기억나기보단 잊히는지, 잠재돼 억압된 기억은 드러내 치유하는 게 좋은지, 기억을 잃어 버리게 하는 병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등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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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기억과 망각은 형태만 다를 뿐 같은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기억은 기억하려는 사람의 의지와 무관하게 제 갈 길을 간다는 것. 결국 무엇을 기억했느냐가 아니라 그 기억을 갖기 위해 쏟은 헌신이 더 소중하다는 저자의 결론은 기억과 망각이 주는 삶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망각#다우어 드라이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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