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화끈한 한국 사람들의 삶의 방식 매력적… 일본에 알리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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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무라야마 도시오 지음/김윤희 옮김/
272쪽·1만5000원/21세기북스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을 쓴 무라야마 도시오 씨

저자가 일본 교토 시내의 식당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한일 양국의 인스턴트 라면 교류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무라야마 도시오 씨 제공
저자가 일본 교토 시내의 식당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한일 양국의 인스턴트 라면 교류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무라야마 도시오 씨 제공
‘우동, 라면, 돈가스, 소바, 오므라이스….’

일본에서 건너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들이다. 과거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돼 도요타자동차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질 때에도 라면을 끊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라면은 한국인의 ‘솔(soul) 푸드’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상하귀천을 막론하고 라면처럼 폭넓은 사랑을 받는 음식도 드물 것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한일관계의 숙명을 상징하는 데 라면만 한 매개체도 없는 셈이다.

이 책은 한일 인스턴트 라면의 교류사를 양국 식품업체 창업자를 중심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한국에 대한 호기심에 1980년대 후반 무작정 서울로 와서 1년 넘게 체류했다는 저자는 2011년 배우 안성기 평전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를 써서 출판계의 호평을 받았다. 현재 일본 교토에서 한국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 무라야마 도시오 씨(62)에게 책에 얽힌 사연을 들어봤다.

―한국 라면과 일본 라면은 무엇이 다른가.

“일본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정통 라멘의 종주국이다 보니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인스턴트 라면이 원조의 맛을 얼마나 구현하는지를 중시한다. 반면 한국은 애초부터 수입한 음식이라서 그런지 원조에 구애받지 않고 색다른 시도를 해 볼 여지가 많았다. 이제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은 오리지널을 넘어 한국의 식품으로 거듭났다고 볼 수 있다. 한국 라면을 처음 먹었을 때 일본에서 맛볼 수 없는 자극적인 풍미에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 일본 묘조식품이 한국 삼양식품에 무상으로 라면수프 제조기술을 제공한 과정이 흥미롭다.

“당시 오쿠이 기요스미 묘조식품 사장은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파스타 제조기술을 배우면서 뜻밖의 호의를 받고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탈리아 업체는 기술을 무상 제공한 것은 물론 자사(自社)의 회사 로고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 특히 오쿠이 사장은 6·25전쟁 때 일본경제가 군수품을 지원하면서 일어선 점도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다. 일본경제가 6·25에 빚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낸 수프 제조법을 생면부지의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에게 넘겨주는 파격이 가능했다고 본다.”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나는 일본 ‘전공투(全共鬪·1960∼1970년대 좌파 학생운동 조직)’ 세대의 막내 격에 해당한다. 그래서인지 사회적 대의를 위해 민중들이 적극 참여하는 현장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마침 1980년대 한국이 그런 곳이었다. 고려대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학생시위를 따라다녔다. ‘10여 년 전 일본도 이랬겠지’ 싶어서 감개무량했다.”

―안성기 평전에 이어 한국 라면 얘기까지 썼는데 한국이 그렇게도 좋은가.

“한국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내겐 참 매력적이다. 일본 사람들한테 이걸 알려주고 싶었다. 한국어 통역 등을 하면서 9년 동안 약 1만 명의 한국인을 만났다. 한국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화끈하게 야단치지만 시간이 흐르면 싹 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해줘서 좋았다. 겉과 속이 다른 게 일본인들의 속성 아닌가. 나는 화끈한 게 좋더라. 하하.”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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