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계 곳곳 뒤죽박죽 야채에 관한 여행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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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야채 여행기/다마무라 도요오 지음/정수윤 옮김/
240쪽·1만3000원·정은문고

가지가 제철인 시기다. 70세 요리사인 저자는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사는 옛 친구 집을 방문한 첫날 ‘가난한 사람의 캐비아’라는 요리를 대접받는다. 주재료는 가지. 철갑상어 알은 한 톨도 안 들어갔다.

친구는 숯불에 철망을 얹고 가지를 통째로 구운 뒤 큼직한 사기그릇에 넣어 으깼다. 거기에 마늘을 잘게 썰어 넣고는 걸쭉한 요구르트와 진한 올리브오일을 부었다. 그리고 소금, 후추, 레몬즙으로 간을 해 뒤섞어 냈다. 이 페이스트를 개인 쪽접시에 덜어내 얇게 구운 빵에 발라 치즈를 곁들여 먹는다. 숯불에 굽는 대신 잘게 채 썬 양파와 함께 냄비에 넣고 끓인 뒤 으깨는 방법도 있다. 지은이는 “시원한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으면 부러울 것 없어진다”고 썼다.

“터키에서도 가지를 ‘가난한 사람의 고기’라고 부른다. 가지 페이스트의 살살 녹는 식감은 값비싼 캐비아와 비슷하다. 좋은 식물성 기름을 담뿍 함유한 가지의 맛은 고기에 뒤지지 않는다.”

프랑스어 통번역가 출신의 저자는 직접 기른 야채를 먹고 싶어 농사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일본 나가노 현에서 자신의 와이너리와 야채농장,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야채 요리를 먹다 떠오른 의문을 스스로 풀기 위해 찾아 모은 일화와 자료, 오랜 세월 쌓은 야채 테마 여행의 기록을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어찌 보면 뒤죽박죽 메모지만 감자, 양배추, 고추, 토란 등 재료마다 엮어낸 이야기에 ‘아는 척’ 허세의 기색이 없어 수월하게 읽힌다. 오이 샌드위치와 ‘삼단 냄비요리’ 레시피는 바로 따라 해보고 싶어진다. 허술한 편집은 살짝 안타깝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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