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은퇴한 경찰 vs 자극하는 범인, 심리싸움의 승자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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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스티븐 킹 지음·이은선 옮김/612쪽·1만5000원·황금가지

‘스티븐 킹의 첫 탐정 추리소설’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공포소설의 대가답게 추리소설을 무시무시하게 썼으리라는 기대가 일단 든다.

독서 초반엔 ‘추리소설’에 대한 기대가 좀 어긋난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은 추리소설의 얼개를 따르지만 셜록 홈스나 에르퀼 푸아로처럼 속도감 있고 드라마틱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아니다. ‘스티븐 킹’표 추리소설의 특징은 ‘상황 묘사’다. 앞선 공포소설에서 두렵고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장황하게 느껴질 정도의 상세하고 꼼꼼한 설명이 추리소설에도 그대로 쓰인다.

취업박람회 개장을 기다리던 사람들을 향해 메르세데스 자동차가 돌진한다. 아기를 포함해 8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도망친 범인을 잡지 못하고 미제로 남는다. 담당 형사였던 호지스는 은퇴한 뒤 범인으로부터 편지 한 장을 받는다. 편지글을 통해 형사를 약 올리고 자극하는 범인, 범인이 훔쳐 탔던 메르세데스 자동차의 차주 가족을 찾으면서 다시금 사건 해결에 나서는 호지스. 탐정과 범인이 쫓고 쫓기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조금씩 높이고 미녀가 등장해서 탐정과 애정을 나누는 설정은 ‘몰타의 매’ 같은 고전적인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연상시킨다.

작가의 촘촘한 묘사에 몸을 맞추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흥미롭게 읽힌다. 작가는 범인 브래디의 과거와 현재를 집요하게 설명하면서 범인의 복잡한 심리를 전달하고자 한다. 브래디는 홀어머니와 살갑게 지내면서 보안업체 요원으로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엔 ‘바른 사나이’인 이 사람에겐 그러나 과거사가 있다. 브래디가 어렸을 적 전기공이었던 아버지는 감전으로 죽었고 남동생은 먹던 음식이 목에 걸려 정신지체가 됐다. 평범했던 중산층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진 뒤 이 가정에 일어난 비극은 처참하다.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밝혀가는 전형적인 탐정의 추리 대신에 작가는 초반부터 범인을 드러내고 그의 가정사를 보여주면서 독자로 하여금 탐정과의 심리 싸움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스티븐 킹 추리소설’이 다른 탐정소설들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영미 추리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에드거 앨런 포’ 상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인 영국추리작가협회상(CWA) 후보에도 올랐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미스터 메르세데스#스티븐 킹#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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