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의원들 ‘靑-유승민 충돌’ 착잡 “대통령 이해되지만 劉도 억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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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거취’ 갈등]“엄마 아빠 싸움에 곤란한 아들 처지”

劉, 거취 안 밝히고 업무 수행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 의원들의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고민해 보겠다”고만 말한 뒤 확실한 진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劉, 거취 안 밝히고 업무 수행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 의원들의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고민해 보겠다”고만 말한 뒤 확실한 진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엄마와 아빠가 싸우면 아이들이 얼마나 곤란하겠느냐. 지금이 딱 그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한 TK(대구경북) 의원은 최근 여권의 내홍을 지켜보며 이같이 말했다. TK를 정치적 기반으로 둔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면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TK 의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상태라는 것.

이 의원은 “TK 민심은 한마디로 ‘애달프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만 유 원내대표도 이대로 버릴 수 없다는 분위기라는 얘기다. TK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현장을 돌아다녀 보면 50대 이상은 대통령을 옹호하며 유 원내대표를 맹비난하지만 40대 이하에서는 ‘유승민이 사과까지 했으니 좀 봐줘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대통령 심정도 이해하지만 유승민도 아깝고…. 대구시민들도 머리가 복잡하다”고 했다.

TK 민심이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새누리당 TK 의원들은 더더욱 말을 삼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섣부르게 얘기했다가 어떤 부메랑을 맞게 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TK 의원들 반응은 복잡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사실상 유 원내대표를 지목한 것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화제가 바뀌면 생각이 달라진다. 대구의 한 재선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게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서도 “그렇다고 대통령과 싸워서 이기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경북의 한 3선 의원은 “대통령이 마음을 안 열어주는데 어쩌겠느냐”며 “젊은 사람이 멀리 보고 당당하게 물러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30일 대구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구시당 위원장 취임식에서는 유독 ‘여권의 화합’이 강조됐다. 신임 위원장인 조원진 의원은 이날 취임사에서 “유 원내대표는 대구시민이 많이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미래의 큰 지도자”라며 “유 원내대표가 지혜로운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당장 두 사람의 극적인 화해는 어려워 보인다. TK 의원들의 마음은 더욱 착잡하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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