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연평해전’ 보고도 DJ 칭송할 생각 나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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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그제 “제2연평해전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켜낸 값진 승리의 해전이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유능한 안보정당’의 대표를 자임하는 그가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의 여섯 영웅을 높이 평가하는 데 토를 달 이유는 없다. 그러나 “김대중(DJ) 정부는 북의 도발에 단호한 응징을 하면서도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칭송한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햇볕정책’을 추구한 DJ 정부의 교전수칙은 북한 경비정이 먼저 사격해야 우리 측에서 대응 사격을 한다는 것이다. 여섯 용사가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적의 공격을 극심한 긴장감 속에서 대비하다 희생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국군 통수권자였던 DJ는 제2연평해전 다음 날 일본으로 날아가 월드컵 축구 결승전을 관람했고, DJ 정부는 당시 군인연금법에 전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적과 싸우다 산화한 영웅들을 전사자로 예우하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정치권에서 순직 처리된 참수리 용사들을 전사자로 격상하자고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DJ와 같은 당 대표가 DJ 대북정책의 희생자들에게 용서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제2연평해전 리더십’을 격찬하다니 기가 막힌다.

문 대표는 “노무현 정부 때는 북으로부터 NLL 공격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안보 능력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나 북이 핵개발을 하는 와중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해 안보 혼란을 자초한 것이 노 정부다. 북의 위협을 고려하지 않고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병력을 감축한다고 발표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2030년까지 52만 명 감축’으로 수정했으나 문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감축’을 공약해 노 정부로의 회귀라는 지적이 나왔다.

어제 국방부는 병력 52만 명으로 감축의 목표 연도를 다시 2030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올 3월만 해도 2022년까지 감축하겠다고 하더니 불과 석 달 만에 목표를 바꾼 박근혜 정부가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안보는 정권 차원을 넘어서는 국가 생존의 문제다. 문 대표는 DJ를 칭송하면 요즘 멀어져 가는 호남 민심을 돌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인이라면 북의 안보 위협에 맞설 확고한 비전을 보여줘야 옳다.
#문재인#연평해전#김대중#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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