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학교 작업치료학과, 한국 성장 직업 3위 작업치료사, 복지 선진국에 꼭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0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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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작업치료학과에서 뇌손상 환자에 대한 인지기능평가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인제대 작업치료학과에서 뇌손상 환자에 대한 인지기능평가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작업치료사는 정신적 혹은 신체적 장애를 앓는 환자의 재활 치료와 자립을 돕는 의료기사다. 의료 수준이 발전하면서 노인 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산업재해, 교통사고 등으로 장애인이 되거나 뇌중풍, 심장질환, 관절염,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도 늘고 있다. 재활 수요가 갈수록 커진다는 의미다. 작업치료사는 환자와 함께 문제점을 발견하고 환자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인이다. 상담, 평가, 중재, 치료, 교육 등을 통해 환자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작업치료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환자가 최대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사고나 질병으로 휠체어 없이는 이동할 수 없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옷을 입거나 밥을 먹을 수 없을 때 상당수 환자는 상실감과 무력감에 빠진다. 이때 작업치료사는 먼저 환자의 현재 상태를 평가하고, 그에 맞는 훈련과 기간을 결정한다. 이어 보조도구 등을 이용한 훈련을 통해 환자 스스로 옷을 입거나 밥을 먹는 등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돕고,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게 주된 업무다.

작업치료사는 유망 직업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나라가 ‘복지 선진국’을 지향하면서 작업치료사의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미국에서 ‘미래 최고의 직업 100개’를 조사했을 때 작업치료사는 9위에 올랐다. 이 조사는 연봉, 업무만족도, 성장가능성, 직업 안정성, 직업만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순위를 결정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선정한 ‘한국 성장 직업’에서도 작업치료사는 3위에 올랐다.

인제대 작업치료학과는 작업치료 분야에서 가장 ‘핫(HOT)’한 학과로 주목받고 있다. 2000년에 문을 연 뒤 2007년 석사과정, 2009년 박사협동과정을 개설한 ‘젊은 학과’지만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제대 작업치료학과에서 독립적인 이동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보조기기를 사용하여 이동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제대 작업치료학과에서 독립적인 이동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보조기기를 사용하여 이동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작업치료사 국가고시에서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42회 작업치료사 국가고시에서 이 학과 허주현 씨(22·여)가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허 씨는 “학과 강의를 충실히 들으며 교수님과의 멘토링 프로그램(전담 교수제)을 잘 활용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시 이 학과 학생들의 합격률은 93.3%로, 전국 평균 합격률 66.9%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응시생 전원이 합격한 해도 많았다. 2003년 31회 시험에서 1기생들이 전원 합격한 것을 시작으로 41회 시험까지 8차례나 100% 합격을 달성했다.

이런 성과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에서 나온다. 학생들은 1, 2학년 때 작업치료와 관련된 기초교과목인 심리학개론, 의학용어를 먼저 배운다. 이어 사람해부학 및 실습, 생리학 및 실습, 성장과 발달, 작업치료학개론, 기능해부학 및 실습, 신경해부학 및 실습, 병리학 및 실습, 작업치료기초평가, 임상 운동학 및 실습, 아동작업치료학 및 실습, 정신의학 등을 통해 기초를 배양한다.
3, 4학년 과정은 실무에 무게를 둔다. 보조공학 및 실습, 신경계작업치료학, 운동치료학 및 실습, 직업재활, 근골격계작업치료학, 성인정신사회작업치료학 및 실습, 발달장애작업치료학 및 실습, 감각통합, 노인작업치료학 등을 배운다.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뒷받침하는 것이 탁월한 실습 환경이다. 서울·부산·일산·상계·해운대 백병원에서 실습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대학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다. 막강한 의료 인프라를 통해 수도권과 부산 경남에 있는 50여 개의 중대형 의료기관과 복지관 등에서도 연계 실습이 가능하다.

수준 높은 커리큘럼과 풍부한 인프라로 학과는 2008년 세계작업치료사연맹(WFOT·World Federation of Occupational Therapists)으로부터 ‘교육기준 인증’을 받았다. 교육방법, 연계 교육기관, 시설과 기자재, 실습교육, 교수평가 등 종합심사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가능했다. WFOT가 인증한 대학의 졸업자는 해외의 작업치료면허시험에도 응시할 수 있다. 학과는 WFOT의 최소기준인 ‘1000시간 이상의 임상실습’을 충족시키기 위해 2학년부터 학생들을 실습병원에서 교육하고 있다.

졸업생들은 작업치료사 면허를 취득한 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대학병원, 종합병원, 재활병원, 정신병원, 요양병원, 소아청소년신경정신과 등 각종 의료기관으로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장애인·노인 복지기관, 근로복지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같은 공기업 또는 직업훈련센터, 장애인 고용촉진공단 등도 이들의 일자리다. 의료기기 및 의지·보조기 제작 분야에서도 작업치료사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특히 올해 개정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작업치료사 업무범위는 감각 활동훈련, 작업적 일상생활훈련, 인지재활치료, 삼킴장애재활치료, 상지보조기 제작 및 훈련 등으로 확대됐다. 최근 선진국에서 작업치료의 역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운전 재활 분야나 보조공학, 인간공학, 치매환자들을 위한 치료 분야 등에서도 작업치료사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 학과는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남부지사에서 치매 노인 19명을 대상으로 ‘치매어르신 인지증진 프로그램’을 열어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배출된 작업치료사는 1만1000여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1950년대 우리나라에서 작업치료가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많은 수가 아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 덴마크의 경우 국토면적이 우리의 약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인원의 작업치료사를 배출했다. 복지를 중시하는 사회일수록 작업치료사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훌륭한 작업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인의 아픔과 문제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인성, 사회적 상호작용을 잘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과는 다양한 학생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공과 연계된 학술동아리에서부터 치료도구를 제작하는 창업동아리, 봉사동아리, 문예동아리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전국 46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작업치료학생연합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6학년도 입시에서는 모집 정원 40명 중 34명을 수시에서 선발한다. 이 중 20명을 학생부교과 중심인 ‘인문계고교출신자’ 전형으로 선발하며, 학생부종합에서는 ‘자기추천자’ 전형으로 13명을 선발한다.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으로는 1명을 선발한다. 정시전형은 ‘가’군의 ‘일반학생’ 전형으로 6명을 뽑는데 배점은 수능 성적 800점, 면접 30점이다.
2015학년도 수시합격자의 등록 기준 성적은 ‘인문계고교출신자’ 전형 2.17등급, ‘자기추천자’ 전형 3.22등급이었다. 2015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 성적 평균은 표준점수 기준 433.22점으로 국어, 영어, 수학, 탐구 4개 영역의 표준점수의 합을 반영했다. 수학 B형엔 표준점수 10%의 가산점을 부여했다.

인제대 작업치료학과 장문영 학과장
인제대 작업치료학과 장문영 학과장
장문영 작업치료학과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학과는 단순히 작업치료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면허증을 취득하는데 목표를 두지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복지 선진국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어떠한 재활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지식인을 기르는데 목표를 둡니다. 따뜻한 인성과 실력을 갖춘 작업치료사를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남을 돕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싶은 학생들은 누구나 도전하기 바랍니다.”

김해=강성명 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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