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진돗개 군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독일산 셰퍼드 올가는 9년 차 베테랑 군견이다. 육군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민간 가정에 입양된 올가의 이야기가 최근 ‘TV동물농장’에 소개됐다. 올가와 동고동락한 이상목 상병이 전역식에서 ‘사료만 먹던 군견이라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배탈 난다’고 새 가족에게 일러줄 때 코끝이 찡해졌다. 제주도의 새 보금자리에 도착했을 때 올가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부대에서 나고 자란 올가에겐 낯선 환경이었을 것이다.

▷그제 군 당국은 토종견인 진돗개를 군견으로 처음 도입했다고 밝혔다. 충성심 강한 진돗개는 자신을 돌봐주던 군견병이 전역하면 통제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육군은 일단 훈련을 마친 뒤 실전 투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군견의 역사는 1954년 미 공군으로부터 군견 10마리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1968년 무장공비 청와대 기습사건 당시 공을 세웠던 ‘린틴’과 강원도 양구 제4땅굴 수색 당시 투입된 ‘헌트’는 무공훈장을 탔다. 지뢰를 밟고 폭사하면서 장병들 목숨을 구한 헌트는 사상 처음 ‘소위’ 계급장을 받았다.

▷군견이 되려면 강아지 시절에 자질 평가를 거쳐 장애물 훈련부터 폭발물 감지, 헬기 강하까지 특전사 못지않은 엄격한 훈련을 통과해야 한다. 군견후보생 중 4분의 1가량만 정식 군견이 된다. 현역 군견 1279마리 중 대다수는 독일산 셰퍼드다. 군견은 험준한 지형을 넘나들며 수색 추적 경계 탐지 임무를 수행한다. 1개 대대를 투입해 6시간 정도 걸리는 수색작전을 똑똑한 군견 한 마리가 2시간 만에 끝내버린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 투입된 군견을 직접 격려할 만큼 미국에는 군견 예우 문화가 정착돼 있다. 한국의 경우 2013년 동물보호법 개정 이전까지 고령과 질병으로 작전수행 능력이 없어진 군견은 안락사나 의학실험용으로 생을 마쳤다. 올 1월 군수품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군 당국이 은퇴 군견을 민간에 무상 양도하는 길이 열렸다. 나라 위해 헌신한 군견들이 합당한 존중을 받으면서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군견#셰퍼드#진돗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