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발표식 수학·과학수업, 해군 주니어ROTC…비교과, 新명문고의 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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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대입환경에 변화 요구받는 고교현장

대입에서 비교과 활동이 중요해지면서 일선 고교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모든 학급의 수학, 과학 수업을 학생이 주도적으로 토론하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바꾼 광주 고려고(왼쪽)와 학생들이 인성과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해군 주니어ROTC’라는 특색있는 비교과 프로그램을 내놓은 인천 송도고.
대입에서 비교과 활동이 중요해지면서 일선 고교에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모든 학급의 수학, 과학 수업을 학생이 주도적으로 토론하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바꾼 광주 고려고(왼쪽)와 학생들이 인성과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해군 주니어ROTC’라는 특색있는 비교과 프로그램을 내놓은 인천 송도고.

‘남다른 비교과 프로그램을 만들어라.’

그동안 ‘입시명문’으로 알려진 이른바 교육특구 지역의 일반고와 지역단위 자사고 등이 요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대입환경이 달라져 정시모집과 수시모집 논술전형으로 명문대에 합격시키는 기존 전략으로는 대학진학 실적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쉽게 내고 대학별 논술 문제의 난도를 낮추도록 유도하는 한편,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을 핵심적인 평가요소로 활용하는 수시모집 학생부 중심 전형의 선발 비율을 높이는 입시정책을 추진하면서 나타나는 변화다.

서울 강남지역 고교의 한 진학담당 교사는 “그동안 정시모집에 초점을 맞춰 진학지도를 했고, 수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의 90% 이상은 논술전형을 준비해왔다”면서 “이제는 논술문제가 갈수록 쉬워져 입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한 자사고의 진학지도부장은 “최근 자연계열 교육과정에 물리Ⅱ를 필수과목으로 포함시켰다. 심화학습을 한다는 측면에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면서 “입시제도가 급변하고 있어 생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자체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상황”이라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대입 영향력, 수능·논술↓ 비교과↑

대입에선 비교과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 앞으론 고교에서 정시모집을 중심으로 진학지도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폭 줄어드는 한편 학생부 중심 전형의 정원도 계속 늘어나기 때문.

지난해 학생부 중심전형이 도입되기 전에도 수시모집 선발 비율은 70%에 달했지만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높게 제시함에 따라 수능 고득점을 해야 최종합격이 가능한 구조였다. 명목상 수시모집 선발 비율이 높기는 했지만 실제론 수능 고득점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는 정시중심의 대입 환경이었던 것.

이젠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의 입학관계자는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나올 정도로 수능이 쉽게 나오는 상황인데다 현재 고1부터 수능 영어과목에 절대평가가 적용되면 정시모집으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논술전형 모집인원을 줄이지 않거나 학생부 중심 전형을 늘리지 않는 대학은 특성화 사업 선발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압박하고 있어 비교과가 중요해지는 흐름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부종합전형 모집 인원은 늘고 논술전형은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와 비교해 2016학년도 대입의 경우 고려대(서울)는 융합형인재전형(학생부위주전형)은 80명 늘고 일반전형(논술위주전형)은 100명이 줄었다. 연세대(서울)는 학교활동우수자전형(학생부종합전형)은 57명 늘고 일반전형(논술전형)은 55명 줄었다.

김명찬 종로학원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그동안 상위권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합격 기준에 맞는 일반고 학생이 많지 않아 결과적으로 특목고나 자사고 합격생의 비중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최근 일반고도 비교과 활동에서 경쟁력을 갖춘 학교가 나오고 있어 과거 입시 패턴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전망했다.

‘학교주도형’에서 ‘학생주도형’으로 변화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일부 일반고들은 주로 특목고나 자사고가 하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도입하거나, 다른 학교에 없는 색다른 비교과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학생이 주도적으로 교과공부와 진로활동을 하도록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학교들이 적잖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활동한 부분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광주 고려고는 최근 1∼3학년 모든 학급의 수학, 과학수업 방식을 수시모집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형태로 바꿨다. 학생이 교실 앞에 나와 특정 문제를 풀고 그것에 대한 설명을 다른 학생들에게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

정찬성 고려고 교장은 “교사는 수업에 최소한만 개입하며 철저히 학생중심의 토론수업을 한다”면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과 학생들의 수업 참여활동은 해당과목 교사가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한다”고 밝혔다.

대구 대륜고는 올해부터 1, 2학년 학생들이 원하면 인원과 관계없이 진로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꿈&끼 방과 후 수업’을 운영한다. 기존엔 학생들이 이미 개설된 동아리에 가입하는 식으로 활동했다면 이젠 진로활동도 이른바 ‘주문제작’ 방식으로 바꾼 것.

곽병권 대륜고 진학부장은 “교내에 자신이 원하는 활동이 없어 일관된 진로활동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컴퓨터 소프트웨어, 영어 연극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분야 방과 후 수업을 개설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학교에선 하지 않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는 고교도 있다. 인천 송도고는 최근 ‘해군 주니어 ROTC’라는 비교과 프로그램을 내놨다. 학생들은 매주 수요일 제복을 입고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제식교육, 심폐소생술교육 등을 받는다.

오성삼 송도고 교장은 “해군 주니어 ROTC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인성과 리더십을 길러 우리사회에 필요한 리더로 성장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른 인성과 리더십은 대입 학생부 중심 전형의 주요 평가요소이기도 하므로 결과적으론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태윤 wolf@donga.com·김재성 기자
#대입#입시명문#학생주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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