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유럽 겨냥 추가 테러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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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가선포 1주년

26일 튀니지와 프랑스, 쿠웨이트 등에서 일어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동시다발 테러로 최소 65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자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이 반(反)테러 연대를 강조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7일 오전 긴급안보회의를 열고 영국인을 노린 테러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또 이날 영국 전역에서 열린 ‘군인의 날’ 기념행사와 ‘동성애 퍼레이드’ 축제를 겨냥한 테러 경계조치를 강화했다.

29일은 IS가 국가 수립을 선포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인 데다 이슬람교도들이 ‘신성한 달’로 여기는 라마단 기간 중에도 IS가 계속해서 테러를 독려하고 있어 추가 테러가 우려되고 있다.

참수한 시신을 공개한 파리 테러도 충격적이지만 유럽은 특히 튀니지의 유명 휴양지인 수스 해변에서 발생한 테러로 공포에 떨고 있다. 튀니지에 머물고 있던 영국인 2500여 명은 이 사건 직후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28일 외신들은 튀니지 테러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수스의 임피리얼 마르하바 호텔과 벨뷔 호텔 앞 해변이 살육의 현장으로 변한 것은 26일 정오 무렵. 아름다운 지중해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놀라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수스 해변은 유럽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다.

테러범 사이프 알딘 알 레즈구이(24)는 마치 휴양객처럼 해변에 접근해 파라솔이 펼쳐진 선베드에 앉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검은색 트렁크 수영복에 검은색 셔츠를 입은 그를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레즈구이는 AK-47 소총을 꺼내들더니 사람들을 조준해 쏘기 시작했다. 이 총성은 약 5분간 이어졌다. 한 관광객은 “처음에는 어디서 불꽃놀이를 하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그것이 총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 뒤 해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CNN에 전했다.

당시 해변에 있었던 영국인 매슈 제임스 씨는 총소리를 듣고 자신의 몸으로 약혼녀 세라 윌슨 씨를 가렸다. 총알 3발을 맞은 상태에서도 연인에게 빨리 도망치라고 당부했다. 그는 “사랑해. 하지만 도망쳐. 아이들한테 아빠가 사랑한다고 전해줘”라고 말했다. 그녀는 도망쳤다가 다시 제임스 씨를 찾았고 그는 어깨, 가슴, 엉덩이에 총탄을 맞았지만 다행히 급소를 비켜가 목숨을 구했다. 영국인 토니(52)와 크리스 캘러헌 씨(62) 부부는 각각 다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테러범이 쏜 다른 총탄이 부인 크리스 씨의 핸드백에 들어있던 선글라스 보관함에 박히면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해변에서 총을 난사한 테러범은 이어 호텔 수영장과 로비로 달려가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다. 호텔로 도망친 사람들은 객실과 화장실 등에 숨어 공포에 떨어야 했다. 테러범은 호텔 주차장에서 경찰 저격수에게 두 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이 테러로 최소 38명이 죽었고 39명이 부상했다. 튀니지 정부는 사망자 38명 중 신원이 확인된 10명은 영국인 8명, 독일과 벨기에인 각 1명이라고 밝혔다.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외교차관은 27일 “이 사건은 52명이 목숨을 잃은 2005년 7월 런던 기차역 폭탄테러 이후 최악의 테러”라며 “최소 15명의 영국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IS는 사건 직후 트위터를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칼리프의 전사 아부 야흐야 알꾸이라와니가 IS의 적을 상대로 공격을 감행했다”며 테러범이 두 자루의 AK-47 소총을 세워두고 웃는 사진을 공개했다. 공학을 전공하는 튀니지 대학생인 레즈구이는 IS의 교리에 심취해 있었고, 스페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열성 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IS에서 훈련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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