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될 것 같았다…그래도 그렇게 찍어야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8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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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돈나’ 신수원 감독 인터뷰

해림(서영희)이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는 병원에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만삭 임신부 미나(권소현)가 입원한다. 재벌 2세 상우(김영민)는 혼수상태인 아버지 철오(유순철)에게 이식할 심장을 얻기 위해 해림에게 여자의 가족을 찾아 장기기증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한다. 해림은 여자의 삶을 추적하며 재발 회장의 목숨과, 미혼모와 뱃속 아기의 목숨을 저울질하게 된다.

7월 2일 개봉하는 ‘마돈나’는 불편한 영화다. 목숨까지 좌지우지하는 자본의 이면에 안락사, 낙태, 미혼모 문제까지 건드린다. 신수원 감독(48)은 앞서 단편 ‘순환선’(2012년)과 장편 ‘명왕성’(〃)에서 각각 실직 가장의 이야기와 대학 입시에 시달리는 아이들 등 사회 문제를 잇달아 다뤄왔다.

1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 감독은 “마지막 해림의 선택이 논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스스로도 100% 동의하는 결말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찍어야 했다”고 했다.

-미혼모와 낙태, 안락사 등 논란이 될 만한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원래는 재산 때문에 아버지 목숨을 억지로 연장하려는 상우와 그를 돕는 해림의 이야기였다. 그러다 아버지에게 임신한 여자 노숙자의 심장을 이식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인간의 생명조차 자본의 제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피해자로 고통 받던 미나가 그 고통의 산물로 생긴 아기를 끝까지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모성애를 신화화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2년 전 초고를 거의 완성한 상태에서 미혼모 다큐멘터리 제작을 의뢰받았다.(MBC ‘엄마의 꿈’) 미혼모들을 직접 만나며 미나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다. 실제 미혼모들은 굉장히 밝고 아이에 대한 애정도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절망적인 결말로 마무리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의 결말을 쓰고 나선 이렇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뚱뚱한 미나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출신 권소현이 인상적이었다. 섭외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여배우들이 살을 찌워야 하는 부분에서 부담감을 많이 느끼더라. ‘하고는 싶은데 겁난다’는 말로 여러 번 거절당했다. 소현 씨는 날 처음 만났을 때 사기꾼인줄 알았다고 하더라. 신인인 자기에게 주인공을 하라고 하니까…. 워낙 명랑한 성격이라 걱정했는데 역할에 몰입을 굉장히 잘 해줬다.”

-2년 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카날플뤼스상을 받은 ‘순환선’에 이어 올해 또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을 좋아하는데 함께 초청돼서 나란히 사진이 걸려 있으니 정말 신기했다. 한국적인 이야기라 이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기립박수를 쳐주더라. 주변에서 이 정도면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해서 안심했다.”

-중학교 교사로 10여년 근무하다 뒤늦게 영화를 시작한 이력이 늘 화제다.

“원래는 소설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뒤늦게 들어간 것도 시나리오 쓰는 법을 배우면 소설 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글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게 재미있었다. 사회 생활을 오래 한 게 영화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상업영화를 해볼 생각은 없나.

“호주를 배경으로 한 멜로 영화를 구상 중인데 시나리오가 잘 안 풀린다. 주변에선 농담처럼 ‘교사도 그만두고 감독하면서 돈은 언제 버냐’고들 한다.(웃음) 상업영화에 거부감은 없다.”

-국제영화제에 여러 차례 초청됐고 상도 받았다. 목표가 있나.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 눈엔 내가 영화를 만들며 언제 타협했고 언제 타협하지 않았는지 보인다. 언젠가는 내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작품을 찍고 싶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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