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내 집은 대학교 주차장 봉고차… 어떻게든 빚지지 않고 졸업하겠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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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고차 월든/켄 일구나스 지음·구계원 옮김/408쪽·1만4800원·문학동네

지난해 국내 대학 졸업생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평균 1445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시간당 최저임금(5580원)을 받고 주 40시간을 일하면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약 65주, 그러니까 1년 3개월이 걸린다. 물론 10원 한 장 쓰지 않고 ‘숨만 쉬고’ 산다고 가정했을 때다.

저자인 켄 일구나스(사진)도 상황이 심각했다. 미국에서 비교적 등록금이 저렴한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를 다니며 마트 카트 정리, 잔디 깎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졸업 시점인 2006년 상환해야 할 3만2000달러(약 3500만 원)의 학자금 대출만 남았다. 인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기자를 꿈꾸며 전국의 신문사 인턴 자리에 지원하지만 모두 낙방한다.

저자는 이후 춥고 어두운 알래스카의 한 마을에서 모텔 청소부, 보조 조리사, 여행 가이드로 일하면서 착실하게 학자금 대출을 갚아 나간다. 멕시코 만 보호 봉사단원, 국립공원 산간 지역 관리원, 택배 배달원 등으로 3년여간 고군분투한 끝에 빚에서 자유로워진다.

‘어떻게 해서든 빚을 지지 않고 졸업하겠다.’ 듀크대 대학원 인문교양 프로그램에 진학한 저자는 이런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중고 봉고차를 사서 대학교 주차장에 세워놓고 몰래 집 삼아 산다. 월든 호숫가에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농사를 지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처럼 극도로 소비를 제한하면서 말이다.

차를 달려 알래스카로 떠날 수도 없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성적인 청년들이 으레 그렇듯 호들갑스럽고 수다스럽지만 흔치 않은 경험을 익살스러운 문체로 풀어내 술술 읽힌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봉고차 월든#졸업#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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