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발전한 조국에 감격… 큰절 올리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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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끌려간 동토의 땅서 기적 일군 고려인들 방한

“태어나 처음 온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한 나라인지 몰랐습니다. 자랑스러운 조국에 큰절을 올리고 싶습니다.”

일제강점기이던 1937년. 러시아 포시예트 지역에 살고 있었던 당시 세 살의 니가이 아나스타샤 씨(81)는 가족을 따라 카자흐스탄으로 향했다. 22일 그토록 그리던 고국 땅을 밟은 그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국과 지금 살고 있는 카자흐스탄이 세계 1등 국가가 되게 해달라고 늘 신께 기도한다”며 “카자흐스탄에서도 고려인이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은 우리 민족이 지닌 고유한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된 이후에 태어난 유카로프 씨(73)도 니가이 씨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두 사람 모두 부모의 고향이 북한 지역이라고 막연하게 기억할 뿐이었다. 니가이 씨는 지금도 카자흐스탄 국제기술대에서 철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25년간 군 복무를 한 유카로프 씨는 현재 우즈베키스탄에서 살고 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에 한국인들을 옛 소련 지역으로 강제로 이주시키고 탄광 등에서 혹독한 노동을 시켰다. 당시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한국인은 18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가이 씨는 강제 이주 당시의 얘기를 이렇게 전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강제 이주를 당해 기차를 타고 가던 두 달 동안 제 울음소리가 가장 컸다고 합니다. 빵 달라, 밥 달라고 하도 울어대서…. 그 빵 이름이 ‘칼레’였는데, 여전히 칼레라는 말을 기억합니다.”

어린 시절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가난이었다. 유카로프 씨는 “내가 태어난 1942년은 전쟁 중이어서 먹을 것이 없었다. 움직이질 않는 나를 보고 부모님이 굶어 죽었다고 생각해 이불에 싸서 땅에 묻으려고 했다. 누나가 거울을 가져와 내 입에 대 보고 김이 올라오는 걸 본 덕분에 가까스로 죽음을 면했다”고 회상했다.

통일은 이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바람이다. 유카로프 씨는 “남북이 통일을 이룬다면 온 세계에 우리 민족의 명성을 떨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재외동포재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민족 공동체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 지역 고려인 동포 모국 초청행사를 열었다. 니가이 씨와 유카로프 씨를 포함해 5개국에서 23명이 방문했다. 22일 방한한 이들은 26일까지 독립기념관과 경복궁 등 역사문화유적을 둘러보고 청계천과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 등에서 고국의 문화를 체험한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고려인#방한#니가이 아나스타샤#유카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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