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대통령, 막말의 곱빼기”…野 국회일정 중단 선언속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朴대통령, 정치권 강력비난]문재인 “靑에 꼬리내리는 與 딱해”
본회의 직후 최고위 열어 대책 숙의

새정치민주연합은 25일 여야 정치권을 질타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으로 파장이 커지자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 직전에 예정됐던 의원총회를 오전 11시로 앞당겨 비공개로 대책을 숙의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저보고 막말을 한다는데 이것(대통령 담화)은 막말의 곱빼기”라며 “오늘 담화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지적했다. 한 중진 의원은 “어머니는 머리는 나쁜데 온화하고, 아버지는 영리하지만 독한데 유전자가 이상하게 조합됐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대응 수위를 놓고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전면 보이콧’ 기류는 의총에 이어 오전 11시 20분경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뀌었다. 최고위 직후 문재인 대표는 의원들에게 “메르스 관련 법안은 오늘 처리하고, 나머지는 전부 국회법 재의결과 관련해 전면전을 하자는 게 최고위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된 긴박한 법안은 처리해 ‘할 일은 하는 야당’의 모습으로 차별화하자는 포석이었다. 강기정 의원은 오후에 속개된 의총에서 “새누리당이 분열돼야 (우리가) 이긴다”며 “우리는 ‘만나서 대화하자’는 말을 하고 저쪽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도록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여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재신임하고, 재의결을 안 하기로 결정하자 반발과 당혹스러움이 섞인 표정이었다. 여권의 내분이 수습 쪽으로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여야 간의 합의도 헌신짝처럼 저버린 배신의 정치”라고 성토했다.

이 때문에 오후 7시 30분부터 재개된 의총에서는 “메르스 관련법도 처리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승조 의원은 “여당이 당론으로 재의조차 안 하겠다는데 (우리가) 아무 일도 없이 들어간다면 최소한의 자존심도 짓밟히는 문제”라고 반발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이날 본회의 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청와대와 여당을 향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문 대표는 “대통령의 말에 꼬리를 내리는 새누리당 처지가 딱하다”며 “우리 당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오늘부터 제 방에서 개인 농성을 하겠다”며 “배반의 정치를 하는 새누리당을 규탄하는 규탄대회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은 “모든 국회 의사일정을 중단한다”고 선언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응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한 당직 의원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야당은 이날 본회의 직후 최고위를 다시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이종걸#대통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