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우선” TPA 통과 이끈 美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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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상원이 24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외무역 협상의 전권을 부여하는 무역협상촉진권한(TPA)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24일 본회의를 열어 이달 18일 하원을 통과한 TPA 법안을 찬성 60표 대 반대 38표로 전격 처리했다. TPA는 행정부가 전권을 위임받아 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의회가 그 내용을 수정하지 못하고 오직 승인 또는 거부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치다. TPA 법안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르면 25일 서명할 예정이며 서명 즉시 효력이 발휘된다.

상원은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따라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무역조정지원제도(TAA) 법안도 이날 구두 표결로 통과시켜 하원으로 보냈다. TAA 법안은 TPP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의 이직과 재교육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TPP 조기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꼽혀온 TPA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함에 따라 전 세계 경제 규모의 40%를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묶는 TPP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TPP는 미국,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주도하에 환태평양 중심의 거대 경제공동체를 탄생시켜 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TPP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정책인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 틀로 평가받고 있다.

TPP 협상을 뒷받침하는 양대 축인 TPA 및 TAA 법안이 상하 양원을 통과했거나 통과를 눈앞에 두면서 이르면 다음 달 11개국과 벌이고 있는 TPP 협상을 마무리하고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까지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TPA 법안 통과를 통해 미국 의회는 ‘노조와 일자리’보다는 ‘글로벌 리더십’이 미국의 더 중요한 국가 이익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친정 격인 민주당과 노조 환경단체 등 진보진영은 “TPP가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 격차를 벌릴 것”이라며 TPA 법안 통과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TPP를 통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로 힘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호소했고 결국 민주당 의원 13명의 찬성표를 얻어냈다.

TPP 협상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미 의회의 TPA 법안 통과를 요구해 온 일본 호주 등 주요 참여국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5일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큰 전진이다. 환영하고 싶다”며 “미국과 함께 지도력을 발휘해 조기 타결을 목표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은 TPP 타결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FTA 경쟁에서 한국에 뒤처진 상황을 일거에 뒤집으려 하고 있다. 또 TPP가 타결되면 미국과 일본이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신(新)밀월시대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TPP 가입에 관심을 표명한 한국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TPP 협상이 타결돼 협정문이 공개되면 공청회, 국회 보고 등 통상절차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등 관계 부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포럼 등을 잇달아 개최하며 TPP 협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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