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옥엘리’에 전율하고 ‘조엘리’에 눈물짓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26일 05시 45분


국내 최고의 뮤지컬 여배우들인 옥주현과 조정은이 오스트리아 비운의 황후 엘리자벳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엘리자벳’에 더블캐스팅되어 감동과 공감의 연기대결을 펼치고 있다. 어린 황태자 루돌프를 안고 환상에 빠진 옥주현(위쪽)과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난 뒤 고뇌하는 조정은.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국내 최고의 뮤지컬 여배우들인 옥주현과 조정은이 오스트리아 비운의 황후 엘리자벳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엘리자벳’에 더블캐스팅되어 감동과 공감의 연기대결을 펼치고 있다. 어린 황태자 루돌프를 안고 환상에 빠진 옥주현(위쪽)과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난 뒤 고뇌하는 조정은.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뮤지컬 ‘엘리자벳’ 옥주현 vs 조정은

주인공 엘리자벳 더블캐스팅 연기대결
옥주현, 압도적 가창력에 관객들 감동
조정은, 섬세한 감정표현 애틋함 가득

짜장면과 짬뽕의 초강력 라이벌이 등장했다. 옥엘리와 조엘리다.

옥주현과 조정은은 요즘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주인공인 엘리자벳 황후 역(더블캐스팅)을 맡아 연기대결을 벌이고 있다. ‘옥엘리’와 ‘조엘리’는 관객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옥주현은 2012년 초연 때부터 3번째 시즌인 이번 공연까지 ‘붙박이’로 엘리자벳을 맡아 왔다. 안티 팬들의 눈에마저 하트 뿅뿅을 그려 넣었다는 전설적인 엘리자벳이다. 반면 조정은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뜬금없이 짜장면, 짬뽕타령을 늘어놓았는가 하면 엘리자벳을 보려는 관객들로서는 ‘옥주현 엘리자벳’을 볼 것이냐 ‘조정은 엘리자벳’을 볼 것이냐의 선택이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만큼이나 골치 아프게 됐다는 얘기다.

● ‘감동’의 옥엘리 vs ‘공감’의 조엘리

옥엘리와 조엘리는 누가 더 잘 할까.

실망스럽겠지만(?) 실은 둘 다 참 잘 한다. 전통의 옥엘리는 ‘엘리자벳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완벽하다. 새롭게 가세한 조엘리는 옥엘리에게서 볼 수 없었던 ‘틈새재미’를 준다. 두 배우는 서로를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퍼즐처럼 아귀가 딱 들어맞는다.

노래의 스킬, 성량은 천하에 옥엘리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 그녀가 부르는 ‘나는 나만의 것’은 그야말로 절창이다. 듣고 있으면 두 주먹이 부르르 떨릴 정도다. 대신 조엘리는 감정표현이 나노입자처럼 곱다. 곱디 고와 손에 쥐어지지 않을 정도다.

옥엘리의 노래와 연기가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면, 조엘리는 가슴이 눈물짓게 만든다. 옥엘리가 ‘감동’이라면 조엘리는 ‘공감’이다.

엘리자벳은 1837년에 태어나 16세에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후가 된 인물이다. 자유분방한 성향의 아버지 덕분에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말타기를 즐기는 명랑한 아가씨였다. 그런 그녀가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는 황실생활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엘리자벳은 평생 자유를 위해 투쟁한 여인이었다.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는 엘리자벳이 “나는 나만의 것”을 외치며 “이제부터 난 맘대로 춤을 출 거야. 시간, 장소, 음악까지 모두 내가 결정해”를 선언하는 장면이다.

옥엘리가 ‘통보’라면 조엘리는 ‘선포’에 가까운 느낌이다. 선포를 하지만 그 안에는 두려움이 감추어져 있다. “내 말을 들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제발 들어 주세요”하는 울부짖음이 있다. 옥엘리의 당당함과 사뭇 다른 가련함, 애틋함이 성큼 와 닿는다.

두 배우의 ‘다름’이 참 좋다. 한 쪽을 보면, 다른 한 쪽도 봐야 완벽한 엘리자벳 감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한 쪽을 고르라고 한다면, 뒷짐을 지고 먼 산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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