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안보국 감청 논란에 오바마 “다신 안한다”…‘프랑스 달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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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안보국(NSA)이 2006년부터 2012년 사이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등 프랑스 대통령 3명의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는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이 나타나자 미국이 ‘프랑스 달래기’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폭로 보도 하루 뒤인 24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이날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두 동맹 사이에 과거에 발생한 있을 수 없는 관행들을 중단시키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밝혔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올랑드 대통령에게 ‘미국은 당신의 통화나 다른 통신수단을 감청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하기 전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해 “프랑스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백악관 측의 해명이 불충분하다며 NSA가 다른 프랑스 외교 관계자들의 이메일이나 대화 내용을 여전히 감청하는지 여부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는 미국이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프랑스가 미국의 감청에 법적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어산지는 24일 프랑스 TF1에 출연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감청이 폭로된 이후에도 NSA가 프랑스 전현직 대통령들에 대한 도감청을 계속했다”며 “프랑스가 독일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 의회는 감청활동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고, 검찰총장은 내사를 거쳐 미국의 도감청 활동에 대해 기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어산지는 “지금까지 공개한 것보다 더 강력한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고 추가 폭로를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독일 검찰은 2013년 미국 NSA가 2002년부터 10년 이상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해왔다는 사실이 에드워드 스노든 전 NSA 직원에 의해 폭로되자 수사를 시작했지만,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단한 바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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