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문에 힘드시죠” 월세 인하 ‘착한 건물주들’ 온정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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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장사가 안돼 힘드시죠. 이달치 월세는 반만 주세요.”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상가에서 장사를 하는 A(52)는 20일 오후 건물주인 B 씨(61)에게서 이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건물 주인이 이달 월세를 절반만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문자는 A 씨 외에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다른 세입자 6명에게도 전해졌다. 이들이 한 달 간 내는 월세는 약 1600여만 원. A 씨는 “메르스 때문에 한동안 장사가 안돼 월세 걱정하고 있었는데 건물주가 세를 깎아준다는 말에 정말 고마움을 느꼈다”라며 “문자를 보내고 전화까지 걸어와 ‘힘들지만 열심히 해보자’고 격려까지 해줬다”고 말했다.

메르스 여파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건물주들의 ‘월세 인하’ 온정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중견 건설업체인 경동건설은 메르스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상가 임차인을 위해 임대료를 깎아주기로 했다. 경동건설은 부산진구 부전동 옛 부산진구청 자리에 지은 주상복합 ‘서면 경동 파크타워’ 상가 임차인들에게 7, 8월 두 달치 임차료를 20% 경감하기로 하고 이 사실을 관리업체를 통해 임차인들에게 알렸다고 25일 밝혔다. 전체 20개 층 가운데 1, 2층에 상가를 임차한 상인은 모두 18명. 올해 초 입주한 이들은 부동산중개업소, 편의점, 세탁소, 식당, 휴대전화 대리점, 화장품점, 카페, 네일아트 등을 하고 있다.

이들은 보증금 외에 매월 말 임차료를 내고 있지만 부산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달 초부터 손님이 뚝 끊겨 매출이 절반 아래로 줄었다. 김정기 경동건설 대표는 “메르스 여파로 중소 상인들의 피해는 상상을 넘어설 정도여서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프리패스 원룸 건물주인 이상기 씨(58)도 이 곳에 세 들어 사는 40가구에 대해 7~9월분 월세를 30% 깎아주기로 했다. 이 씨는 “세입자들 대부분 저소득층과 대학생이 많은 점을 감안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월세 경감액은 1230만원에 이른다.

국내 최대 쇼핑가인 서울 명동 건물주들도 고통 분담 대열에 합류했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는 18일 건물주 회원들에게 ‘임차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어 (한시적인 임대료 인하 등) 어려운 국면을 극복하는 데 동참해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고 이어 건물주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협의회 임원 15명이 임대료를 15~50% 인하해 주기로 했다. 서울 중구 명동3길에서 6층 건물(지하1층 포함)을 201년부터 임대 중인 이 모 씨(61)은 이미 이달치 임대료를 절반으로 깎아줬다. 주로 식당과 병원이 입점해 있는데 손님이 뚝 끊긴 탓이다. 이동희 협의회 사무국장은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지만 서로서로 용기를 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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