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자컵’ 만든 신선우 WKBL총재 “잊혀진 전설이 안타까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1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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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서 ‘전설’이 잊혀져 가는 게 안타까웠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다음달 6일부터 5일 동안 강원도 속초에서 프로 6개 팀이 참가하는 여름리그를 개최한다. 예전에도 비슷한 대회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이름을 붙였다. ‘박신자컵 서머리그’다.

박신자 씨(74)는 한국 여자농구 1세대의 간판스타다. 1967년 체코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이끌었고, 동양인 최초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세계여자농구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린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이다. 중년이라면 ‘박신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모른다. 신선우(59) WKBL 총재가 이 대회를 만든 이유다. 그는 “내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예전부터 얘기는 있었지만 실천을 못했다. 1년 전쯤 구단주들과 만났는데 모두 공감을 하시더라. 그날 ‘하면 되겠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신 총재도 19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 금메달 주역이었고, 지도자를 하면서 계산이 빠르고 지략이 뛰어나 ‘신산(神算)’이라는 별명을 얻은 남자농구 스타 출신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사이영상’이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도 ‘사와무라상’이 있다. 신 총재는 이번 대회 이름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프로농구에 ‘박신자상’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 시즌까지 그냥 최우수선수(MVP) 누구라고 했는데 다음 시즌부터는 MVP 앞에 ‘박신자상’을 붙인다. 대회도 다음 달 ‘박신자컵 서머리그’에는 국내 프로 구단만 참가하지만 앞으로는 ‘박신자컵 국제대회’를 만드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 여자농구에 박신자 씨 말고 다른 스타들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신 총재는 “강현숙 씨, 박찬숙 씨 등 대단했던 분들이 많다. 시즌 MVP는 ‘박신자상’이지만 라운드 별 최우수선수는 이 분들의 이름을 딴 상을 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암 투병 중인 남편을 간호하고 있는 박신자 씨를 이달 초 찾아가 ‘이름 사용’ 허락을 받았다는 신 총재는 “박 선배님이 이 얘기를 듣고 너무 좋아하셨다. ‘박신자컵’ 대회 개막식에는 박 선배님을 포함해 여자농구 1세대 분들을 많이 초대했다. 2015년 현재 국가 대표와 청소년 대표 선수들도 초청했다. 반세기를 뛰어넘어 한국 여자농구의 과거와 미래가 함께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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