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무렵, 업무지시 & 술 한잔?…“상사는 부모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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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대형 은행에 들어갔다.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수도권 외곽에 있는 어느 지점에 배치됐다. 존경할 만한 상사와 함께 근무하면서 열심히 배우고 좋은 평가 받으며 성공해야지…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씩씩하게 출근을 시작했다.

“이 일, 내일 아침까지 마무리해놓게. 위에 제출해야 하거든.” 직속 상사가 퇴근 무렵 갑자기 지시를 내렸다. ‘내일 아침까지?’ 속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지시를 거역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네 하고 답했다. ‘어렵게 들어왔잖아. 불평하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 집에 가서 밤새워 일할 각오를 하고 짐을 싸는데 이런 사정을 뻔히 알고 있던 부지점장이 툭 제안을 던졌다. “오늘 한 잔 할까? 갈 수 있지?” ‘헉! 농담이야, 진담이야? 나를 골탕 먹이고 싶은 건가? 아니면 서류를 내일까지 내지 않아도 된다는 걸까?’ 한참 고민하다가 술자리에 따라갔다. 상사들이 술 마시며 내뱉는 시답잖은 소리를 들으며 뼛속까지 취했다. 결국 다음날 아침까지 서류를 마무리하지 못해 과장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어떻게 나를 지켜낼 것인가>를 쓴 오가타 겐스케의 경험담이다.

누구나 ‘좋은 상사’를 만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사’란 어떤 사람일까? 조사에 따르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상사, 직원의 성장을 지원하고 지켜봐주는 상사, 할일을 명확히 알려주고 이끌어주는 상사 등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상사는 상사일 뿐 부모도 선생님도 아니다”라고.

누구도 상사를 선택할 수 없다. 아무리 불평하고 괴로워 해봐야 상사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현실에서 ‘이상적인 상사’를 찾기도 매우 어렵다. 부하직원이 상사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차라리 상사를 고객이라고 생각해보자. 상사를 상사가 아니라 일을 주고 근무상황을 평가하는 ‘최대 고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딘 신입사원은 물론 직장 생활이 힘들게 느껴지는 모든 직장인이 생각해 볼만한 조언이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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