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敵, 유언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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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6월의 주제는 ‘호국보훈’]<118>사건만 터지면 ‘∼카더라’ 기승

“미군이 메르스를 퍼뜨린 건지, 정부가 탄저균을 메르스로 착각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탄저균을 산 채로 배달한 건지, 아니면 탄저균과 메르스를 산 채로 배달한 건지….”

요즘 트위터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과 미군의 탄저균 유입을 연결짓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황교안 (총리 인준), 불법 대선, 탄저균을 덮으려고 당국이 메르스를 확산시킨 듯한 인상”이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대형 사건만 터지면 ‘음모론’과 연계된 유언비어가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한미 연합훈련 중 미군 또는 제3국의 잠수함과 부딪쳤다” “길이 100m 전후의 원자력추진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글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군 당국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해당 누리꾼을 고소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은 해외 전문가들이 포함된 민군 국제합동조사단에서 “북한 어뢰에 피격됐다”는 결론을 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성명까지 발표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의 자작극” “미 해군의 소행” 등의 유언비어가 끊이지 않는다.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에도 “4대강 사업 등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남한이 먼저 도발했다”는 식의 황당무계한 내용이 버젓이 유포됐다.

이런 유언비어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피해를 준다. 지난해 말 “경기 양주와 남양주에 남침용 땅굴이 있다”는 주장이 퍼지자 군 당국이 조사에 나섰고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70여 명의 인력과 26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북한은 유언비어에 편승해 ‘남남 갈등’을 부추기려 시도하기도 한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항체가 형성돼 있는 사람은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것처럼 시민에게 건전한 가치관이 확립돼 있으면 유언비어는 힘을 쓰지 못한다”며 “시민 교육과 당국의 적극적 홍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유언비어#카더라#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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