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영웅마저… 비리로 얼룩진 매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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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비 횡령, 선수 부정출전, 승부조작 혐의
올림픽 金 안병근씨 등 40명 입건

한국 유도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안병근 용인대 교수(53)가 공금 횡령과 승부 조작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안 교수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안 교수는 “틀에 끼워 맞춘 수사”라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안 교수가 2008년 이후 7년 동안 선수 훈련비를 횡령하거나 청탁을 받고 선수를 출전시킨 대가로 총 4억800만 원을 가로챘다고 24일 밝혔다. 제자에게 일부러 패배를 지시하는 등 승부 조작을 시도한 혐의도 피의 사실에 포함됐다. 경찰 조사대로라면 ‘유도 영웅’이 뒷돈을 받고, 승부 조작을 지시한 ‘유도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안 교수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남자 유도 71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한국의 첫 올림픽 유도 금메달에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축전을 보낼 정도였다. 언론은 “네 번이나 올림픽 결승에서 좌절한 한국 유도의 한(恨)을 안병근이 풀었다”며 대서특필했다. 가난과 병마(간염)를 딛고 금메달을 따낸 사연이 알려지며 더욱 화제가 됐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안 교수는 2012∼2014년 제주도 유도회 관계자의 부탁을 받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용인대 유도 선수 18명을 전국체전 제주 대표로 출전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3년 동안 각각 2000만 원과 2000만 원, 7000만 원 등 총 1억1000만 원이 안 교수 계좌로 입금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 교수가 용인대 선수 132명에게 훈련비로 지급된 1억6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했다. 또 안 교수가 식당에서 식비를 부풀린 뒤 현금으로 돌려받은 돈이 1억9200만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승부 조작은 2014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 여자 유도 대학부 78kg급 결승전에서 용인대 선수 두 명이 맞대결하게 되자 안 교수가 세종시 대표인 제자에게 경기 도중 “져 주라”고 말했다는 것. 경찰은 “안 교수가 ‘상대방 선수가 실업팀으로 가야 하니 이번에는 져 주라’고 제자에게 말했다는 관계자 진술이 나왔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생 유도를 했고 지금 제 아들도 유도를 하고 있다”며 “승부 조작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경찰 조사에서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수 훈련비로 들어온 돈은 대부분 선수 식비로 사용했고 개인적으로 한 푼도 착복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체전에 무자격 선수를 출전시킨 사실은 일부 시인했다. 안 교수는 “유도 팀이 없는 시도에서 선수를 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선수들도 출전을 원해 관례적으로 그렇게 했는데 규정에 어긋나는 것을 몰랐고 저 자신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1988년부터 용인대 교수, 2008년부터 용인대 유도 감독을 맡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안 교수 외에 선수 장학금 및 후원금 8000만 원을 가로채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인철 용인대 교수(39) 등 39명을 유도 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유도#승부조작#안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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