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역시, 김준수-홍광호… 노래-연기로 압도적 존재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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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연 뮤지컬 ‘데스노트’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천재 명탐정 엘(김준수 역)이 의자에 앉아 죽음의 사신을 자처한 라이토의 행적을 되새기며 단서를 찾는 장면. 씨제스컬처 제공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천재 명탐정 엘(김준수 역)이 의자에 앉아 죽음의 사신을 자처한 라이토의 행적을 되새기며 단서를 찾는 장면. 씨제스컬처 제공
“40, 39, 38,…, 3, 2, 1, 0”

검은색 표지에 ‘DEATH NOTE(데스노트)’라는 문구가 새겨진 한 권의 노트. 죽이고자 하는 사람의 이름을 노트에 적으면 40초로 맞춰진 타이머가 0을 가리키는 순간, 이름이 적힌 자는 심장마비로 죽는다. 물론 데스노트를 손에 쥔 자가 아무나 죽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조건은 단 두 가지. 죽이고픈 사람의 정확한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을 때에만 사신(死神)의 대리인이 될 수 있다.

20일 국내 초연 무대를 가진 뮤지컬 ‘데스노트’는 단연 배우의 힘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었다. 뮤지컬 시장의 독보적인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 잡은 JYJ의 김준수(엘 역)와 지난해 웨스트엔드 무대에 진출한 ‘미친 가창력’ 홍광호(라이토 역)의 연기와 노래는 ‘명불허전’ 그 자체였다.

김준수는 선 굵은 연기와 거친 들숨 날숨 속에서 뽑아내는 고음의 노래로 다소 창백하고 신비스러운 천재 탐정 엘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베이지색으로 탈색한 머리, 헐렁한 흰색 롤업 니트와 하늘색 리넨 바지 차림은 엘의 모습에 잘 어울렸다. 특히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목을 뺀 채 꾸부정한 자세로 무대 위를 걷는 것은 ‘중독성’을 느끼게 했다. 그에게 딱 맞는 역을 맡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다만 막이 오르고 40분이 지난 뒤에야 엘이 무대에 등장하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데스노트를 손에 넣은 뒤 마치 ‘정의의 심판자’인 양 범죄자의 이름을 적어 죽이는 라이토 역의 홍광호는 역시 노래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음향의 울림이 강해 일부 배우의 노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지만 홍광호는 되레 에코 강한 음향을 누르는 느낌이었다.

두 주연 배우 외에도 남자 사신 류크 역의 강홍석과 여자 사신 렘 역의 박혜나 또한 존재감 있는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강홍석은 장난기와 음산함을 동시에 지닌 류크 역을 재기발랄하게 풀어내며 주인공 못잖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데스노트는 37회차까지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고, 당초 8월 9일까지였던 공연 일정을 같은 달 15일까지로 연장했다.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다 보니 일부 장면에서 극에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대사가 등장하는 것과 귀에 꽂히는 ‘킬링 넘버’가 없는 것 등은 조금 아쉬웠다. 8월 15일까지 경기 성남아트센터, 5만∼14만 원. 1577-336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김준수#홍광호#데스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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