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서울 잠실벌에 뜬 마이클 잭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25일 07시 05분


■ 1999년 6월 25일

여느 때보다 평화라는 단어가 더욱 소중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날이다. 65년 전 죽음과 죽임의 참담한 전쟁은 이념의 충돌을 넘은 민족적 상잔으로 남았다. 그 깊게 팬 상흔의 골은 여전히 메워지지 않은 채, 평화에 대한 간절한 소망은 끝내 현실로 살아올 수 있을까.

1999년 오늘, 서울 잠실벌에서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노래한 스타가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다. 정확히는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사진)이었다.

이날 오후 7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무대에는 마이클 잭슨을 비롯해 머라이어 캐리, 파트리샤 카스, 보이즈 투 멘, 스테이터스 등 쟁쟁한 팝스타들이 올랐다. 국내 언론들이 ‘금세기 마지막 최대의 빅쇼’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붙여 보도할 만큼 화려한 출연진이었다. 또 홍콩 스타 류더화(유덕화)와 리밍(여명)도 함께했다. 한국 공연인만큼 국내 스타들도 힘을 보태 그룹 H.O.T와 S.E.S, 유진 박 등이 나섰다. 4만5000여 관객은 박수와 환호, 파도타기 등으로 흥을 맞췄다.

공연은 전쟁을 반대하며 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무대였다. 콘서트의 하이라이트 역시 마이클 잭슨이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형상화한 무대 위에서 ‘어스 송’을 부르는 장면이었다. 끊어진 다리가 연결되고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병사에게 어린 소녀가 꽃을 전달하는 모습도 연출하면서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표현했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그 화제만큼이나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사실 병사와 소녀의 설정, 다리 무대 등은 그 3년 전 첫 내한공연 때도 등장한 것이었다. 일부 가수들의 무대도 기대감에 미치지 못했다. 언론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직전에는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등 단체들이 국가보훈의 달인 6월 그것도 전쟁 발발일인 6월25일에 공연하느냐며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공연기획을 맡은 제일기획 측은 자선과 메시지의 취지를 설명하며 진땀을 흘렸다.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마이클 잭슨은 한 보육원생들과 함께 음반매장과 테마파크 등을 찾기도 했다. 또 “공연을 통해 세계 유일의 분단민족인 한민족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길 바란다”면서 “한국이 통일이 되길 희망하며 그날 다시 만나자”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 그는, 세상에 없다. 그 10년 뒤 바로 오늘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여전히 분단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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