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삼성, ‘메르스’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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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산업부
김지현·산업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메르스 확산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23일 오전, 기자의 지인인 삼성전자 직원 A 씨가 “입사 이후 우리 회사가 이렇게 칭찬받는 건 처음 봤다”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악플만 달리던 회사 관련 기사 댓글에 공감과 격려의 메시지가 이어지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날은 이 부회장이 입사 이후 처음이자, 사실상 삼성그룹 수장으로서 처음 연 기자회견 자리이기도 합니다. 첫 공식 이미지가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되는 것이 프레지던트 아이덴티티(PI·최고경영자의 이미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내부 우려도 적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 본인이 지난주 이미 직접 사과하겠다는 뜻을 굳혔고 전날인 22일 하루 동안 발표문 초안을 직접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1년 넘게 입원 중인 아버지 병세에 대한 언급도 본인이 먼저 제안해 반영했다고 합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회장이 아닌, 누군가의 아버지로서 이건희 회장이 공식 언급된 것은 처음”이라며 “그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과 진정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삼성그룹 사장단 역시 24일 오전 열린 정례 수요 사장단 협의회에서 “(이 부회장의 사과는) 우리 모두의 반성”이라며 공감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이 부회장이 아버지의 공백 이후 맞은 가장 심각한 위기였습니다. 다만 대국민 사과를 통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이 부회장이 이번 사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놓을 다양한 쇄신책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이에 대해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갖고 있는 책임감을 고려해 충분히 고민해 발표한 내용”이라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메르스 이후 침체된 내수 경기를 되살리는 데 함께 고민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휴가철을 앞두고 국내 관광 활성화에 삼성 임직원들이 동참하는 방안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죠. 이를 시작으로 삼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경기 활성화 지원책이 이어져야 한다는 게 재계 안팎의 기대입니다. 이 밖에 이 부회장이 발표문에서 직접 언급한 삼성병원 진료환경 관련 개선책과 감염질환 백신 연구 지원책에 대한 의료계 기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삼성그룹은 계열사 매각 후폭풍, 합병 실패, 메르스 사태까지 연이어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부회장이 이번 사과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세부 실행안을 내놔 삼성 안팎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기죽어 있던 A 씨도 앞으로 악플 걱정 없이 회사 소식을 접할 수 있길 바랍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메르스#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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