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통일장관, 애절한 발라드에 스트레스 받은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11시 52분


코멘트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퇴근길에 보통 집 인근에 도착하면 관용차에서 내려 집까지 혼자 길을 걸으며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22일 저녁에는 가수 고(故) 유재하 씨의 발라드 ‘가리워진 길’이 흘러나왔다.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 길/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 보아도 찾을 수 없네….’

“가사를 듣는 순간 이게 지금 남북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확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

홍 장관은 23일 만찬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얘기를 하며 남북관계 경색이 길어지면서 좀처럼 대화 기회를 찾지 못하는 데 대한 답답함을 나타냈다. 홍 장관은 “남북 당국 간 만남이 잘 안 되는 것에 대해 답답하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에) 결국 나중에 나의 길을 찾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나오니까 북한과 의미 있는 만남으로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한 북한에 대해 “정말 안타깝다. 만남의 좋은 계기인데 왜 이런 것까지 나오지 않을까”라며 “6·15 공동선언 15주년 남북공동행사는 북한이 할 생각이 없었던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가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남북 대화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홍 장관은 “북한이 (가뭄으로) 어렵다면 우리(정부)가 지원을 해줄 용의가 충분히 있다”며 “그런 데(지원)서부터 (남북이) 만나 협력을 도모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북 모두 가뭄이 있어 어렵지만 사정이 나은 쪽(남)에서 안 좋은 쪽(북)을 먼저 도와주고 나중에 필요한 일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지원 용의를 ‘필요 없다’며 걷어찰 우려가 있어 아직 (지원을) 선제적으로 제의할 계획은 없다. 북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장관은 “북한의 변화 필요한 시점이지만 변화만 기다리지 않고 정부도 더 많은 노력할 것”이라며 “북한과 언제 어떤 방법으로 만나야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남북 간 현안을 해결할) 실질적인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에 한일 양국 정상이 교차참석 했던 것처럼 우리(남북)도 저린 식으로 교차해서 만나는 등의 만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