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캠핑, 자연과 마주하는 일… 변화무쌍한 자연의 모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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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매력, 최소한의 장비로오롯이 느껴보자!

캠핑은 자연과 마주하는 일이다. 홀로 또는 둘이 캠핑을 떠난다면 다소 가볍고 꼭 필요한 장비만 챙기는 것도 권할 만 하다. 코베아 제공
캠핑은 자연과 마주하는 일이다. 홀로 또는 둘이 캠핑을 떠난다면 다소 가볍고 꼭 필요한 장비만 챙기는 것도 권할 만 하다. 코베아 제공
“파주, 양주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수도권 곳곳에 강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리포터의 목소리는 다소 고무돼 있었다. 오랜 기간 가뭄으로 가슴이 타들어 갔던 이들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없을 테니까. 운전대를 잡은 나와 조수석에 앉은 A도 그랬다.

굵은 빗방울은 쉴 새 없이 차 유리창을 때렸다. 유리창에 내려앉은 빗방울은 금세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뿌연 막을 만들었다. 와이퍼의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졌다. 하지만 우리의 시야를 확보해 주는 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형, 괜찮을까?”

걱정이 앞선 A가 한마디를 던졌다. 경기 가평으로 가는 길. 캠핑장에 도착한 뒤에도 이 비가 계속된다면 우리 몸이 홀딱 젖는 것은 정해진 순서였다. 이때 휴대전화에서 짧은 알림 소리가 울렸다. 다른 차를 타고 우리와 같은 곳으로 향하던 나머지 일행 두 명도 날씨가 걱정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A처럼 이들도 거센 비가 영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나는 A에게 대신 메시지를 보내 달라고 했다. ‘이런 빗속에서 즐기는 캠핑도 그 나름대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테니 벌써부터 걱정하진 말자’고.

첫 캠핑의 기억

그러고 보니 3년 전 그날도 그랬다. 그와 캠핑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사실 제대로 준비해서 떠나는 캠핑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참 야속했다. 구멍이 난 것처럼 아침부터 굵은 빗방울이 쏟아졌다. 주저앉은 비구름이 원망스러웠다. 고속도로임에도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가 운전대를 잡은 나를 긴장시켰다.

네 시간쯤 걸려 도착한 목적지. 비구름이 완전히 사라진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파란 속살을 드러냈다. 가장 가지런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텐트와 타프, 의자 등 각종 캠핑 용품을 차에서 꺼냈다. 벌써부터 목덜미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텐트를 치는 데에만 30분이 걸렸다. 테이블과 각종 집기까지 제 위치에 배치하고 한숨을 돌리니 한 시간 넘게 지났다. 우린 준비해 둔 재료로 저녁 식사를 차리고 눈앞의 바다를 보며 술잔을 기울였다. 때때로 달려드는 모기가 우리의 대화를 방해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밤하늘에 빽빽하게 박힌 별과 은은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이날 하루 동안 흘린 모든 땀을 씻어 주기에 충분했다.

완벽한 장비가 캠핑의 만족감을 높여 주는 것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이날 우리가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사람과 자동차, 빌딩으로 빽빽한 서울을 떠나왔다는 사실, 오로지 그 덕분이었다. 첫 캠핑의 기억은 이렇게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시간이 날 때면 가볍게 짐을 꾸린 뒤 교외를 찾곤 했다. 거창한 장비를 주렁주렁 달고 다닐 필요는 없었다. 그저 나를 쉬게 할 수 있는 조그만 공간과 먹거리를 만들 간단한 도구면 충분했다.

경기 가평군 자라섬오토캠핑장을 찾은 캠핑족. 가평=박창규 기자 kyu@donga.com
경기 가평군 자라섬오토캠핑장을 찾은 캠핑족. 가평=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머리를 비우는 시간

가평 자라섬오토캠핑장에 도착하자 굵은 빗방울은 가늘어졌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약해 뒀던 캠핑장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오가는 사람이 적어 조용히 있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먼저 비를 피하게 해 줄 타프를 쳤다. 차에서 짐을 꺼내 타프 밑으로 옮겼다. 각자 따로 캠핑을 다녀본 적은 있지만 네 명이 함께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저마다 자신이 보유한 장비를 챙겨 오다 보니 은근히 짐이 많았다. 필요하지 않은 장비는 놔두고 꼭 필요한 것들만 적당한 위치에 배치했다. 한숨 돌리고 둘러본 캠핑장은 군데군데 이가 빠진 것처럼 비어 있었다. 며칠 전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때만 해도 거의 다 차있었는데 아마도 비 소식에 적잖은 이들이 예약을 취소한 모양이었다. 그 덕분에 왁자지껄하지 않은 오붓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단출하게 차린 저녁 식사는 자연스레 술자리로 이어졌다. 와인과 맥주가 몇 잔 오가는 와중에 한 명씩 차례로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우리의 대화도 깊어졌다. 연애 얘기에 직장 얘기, 최근에 본 드라마에서 미래에 관한 고민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다. 타프 옆자리에 피워 놓은 모닥불도 운치를 더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우리가 즐겨 듣는 가수의 노래가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윤종신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촌동 그 길 아직도 지날 땐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고, 옥상달빛은 “수고 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늘 응원해”라고 속삭였다.

사실 다들 좀 지쳐 있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돌릴 여유조차 없었던 거였다. 그랬기 때문일까. 갑작스레 떠나기로 마음먹고 함께할 사람을 찾아 이렇게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우리는 다시 빌딩 숲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적어도 자연 속에 있을 때만큼은 그 복잡한 것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으니까.

캠핑을 떠난다는 건 자연과 마주하는 일이다. 빗방울이 몰아치다가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때론 눈발이 흩날리는 변화무쌍한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체험하는 게 캠핑의 즐거움 아닐까. 우리는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며 머릿속의 복잡한 것들을 조금 덜어냈다. 조만간 다시 떠날 그때를 기약하면서.

가평=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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