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장미·보석·향수… 여성의 욕망을 자극하는 ‘프랑스 파리’다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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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리 디올·디올 정신’ 展

콘셉트가 다른 10개의 전시 룸을 통해 디오르가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순서대로 전시 룸 ‘베르사유: 트리아농’, ‘디올 가든’, ‘미스 디올’, ‘디올 얼루어’. 바카스 알지르다스 사진작가
콘셉트가 다른 10개의 전시 룸을 통해 디오르가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순서대로 전시 룸 ‘베르사유: 트리아농’, ‘디올 가든’, ‘미스 디올’, ‘디올 얼루어’. 바카스 알지르다스 사진작가
‘욕망의 동굴로 들어간다.’

어두운 실내에 전시된 디오르의 드레스를 보고 있자니 미지의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단지 어둠 속에 내리 꽂는 눈부신 조명 때문만은 아니었다. 프랑스 파리, 장미, 보석, 향수 등 디오르는 여성을 매혹시킬 요소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마치 아름다움을 향한 여성의 욕망을 이곳에 모두 모아 놓은 듯 보였다.

프랑스 파리, 예술 그리고 디오르

전시장 입구에 서도호 작가가 재현한 디오르의 저택과 디오르가 발표한 첫 번째 드레스를 아우르는 전시 룸의 콘셉트는 ‘프랑스 파리’다. 어렸을 때부터 파리에 살기 시작한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오래된 건축물과 어우러지는 파리지앵들의 삶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디자인 인생에서 파리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디오르와 예술적 교감을 주고받은 예술가들이 누구인가를 살펴보면 디오르의 예술 세계에 대한 이해가 더 쉽다. ‘디올과 예술가 친구들’이라는 주제의 전시 룸에서는 디오르가 생전에 가깝게 지냈던 살바도르 달리, 크리스티앙 베라르 등과 만나볼 수 있다. 디오르의 예술 세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주제는 꽃이다. ‘디올 가든’ 전시 룸은 들어서는 순간 드레스를 둘러싼 각종 꽃 장식만으로 금세 황홀해진다. 김혜련 작가가 그린 열두 폭의 장미 그림들과 디오르가 꽃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화려한 드레스가 어우러져 낭만적인 공간을 연출했다.

‘디올 얼루어’와 ‘디올 아뜰리에’ 전시 공간에서는 디오르가 선보인 선구적인 드레스 디자인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꼭 졸라 맨 허리와 두드러지는 엉덩이, 한껏 풍만함이 강조된 가슴라인 등은 당시 패션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디오르는 여성의 몸이 지닌 자연스러운 곡선을 잘 드러내기 위해 마치 원단으로 집을 짓듯 균형감 있는 드레스의 디자인들을 고안해냈다.

전시룸 ‘핑크에서 레드로’(위)와 ‘쟈도르’.
전시룸 ‘핑크에서 레드로’(위)와 ‘쟈도르’.
여성성과 우아함의 절정

눈부신 흰색 조명으로 가득 찬 ‘디올 아뜰리에’를 뒤로하고 돌아서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디올의 스타들’ 전시 룸이 기다리고 있다. 유명 여배우부터 왕실 귀족 여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주길 기대하며 디오르를 찾았다.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 영화배우 제니퍼 로런스 등 196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유명인들이 입은 드레스를 직접 볼 수 있다.

디오르와 함께한 스타들의 드레스 못지않게 화려한 전시 공간이 있으니, 바로 ‘베르사유: 트리아농’ 룸이다. 이 공간에서는 디오르가 갖고 있는 우아함과 기품의 절정을 엿볼 수 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과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게서 영감을 받은 풍만한 드레스는 화려함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에서 선보인 첫 번째 향수 이름에서 따온 ‘미스 디올’ 룸에서는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사랑스러운 드레스를 만나볼 수 있다. 장미 꽃잎을 연상시키는 시폰 원단 조각들을 점묘화처럼 드레스에 수놓아 수천 송이의 꽃이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핑크에서 레드로’와 ‘쟈도르’ 전시 룸은 디오르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담은 색에 관한 것이다. 디오르는 핑크색이 행복과 여성성을 의미한다면, 빨간색은 열정과 생명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같은 이름의 향수 콘셉트에서도 볼 수 있듯 ‘쟈도르’는 베르사유 왕실의 황금색에서 영감을 받았다. 디오르는 우아함, 열정, 행복 등을 부각하기 위해 컬렉션마다 이 색들을 조화롭게 사용해왔다.

전시 룸 하나하나를 돌아보고 나오니 다 알고 있는 브랜드라 생각했던 디오르가 새롭게 보였다. 색상, 디자인, 소재 그 어느 것 하나도 ‘그냥’ 혹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없었다. 68년간 세계 여성들을 매혹시켜온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1947년 여성들을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며 첫발을 내디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꿈이 2015년 여름, 서울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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