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보험상품의 저작권 ‘배타적 사용권’을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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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교보생명 ‘패밀리 어카운트’ 첫 선정
가입후 보장변경 자유롭고 다양한 특약 구비
교보생명 12건 최다… 한화생명·삼성생명 順 많이 획득

예술의 영역이든 산업의 영역이든 성공의 열쇠 중 하나는 ‘독창성’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그 시대 다른 작가의 화풍과 비슷했거나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당시 주류였던 폴더폰과 똑같았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보험의 영역에서도 ‘독창성’은 상품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보험사들은 포화 상태인 국내 보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총 동원해 상품을 개발하지만 혜택이 비슷한 상품들은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선 창조적이고 독특한 상품이 필요하다. 독창성이 인정된 상품은 관련 협회를 통해 ‘배타적 사용권’이라는 권리를 확보한다.

‘배타적 사용권’은 지적재산권과 비슷한 개념이다. 보통 3개월짜리와 6개월짜리로 나뉘는데 이 기간에는 다른 회사가 비슷한 상품을 내놓을 수 없다. 일정 기간 저작권을 인정해주는 식이다. 업계별로 보면 생명보험회사가 현재까지 총 70건의 배타적 사용권을 취득했고 손해보험회사는 19건을 획득했다. 생보사별로 보면 교보생명이 12건으로 가장 많이 취득했고 한화생명이 11건, 삼성생명이 10건으로 뒤를 잇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 취득 현황을 보면 보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생보협회로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상품은 2002년 4월 교보생명의 ‘패밀리 어카운트’ 보험이다. 이 보험은 가입 후 보장 변경이 자유롭고 상품 내 다양한 특약을 구비했다는 이유로 선정됐다.

13년이 지난 올해 4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보험은 사망보험금에서 ‘의료비’를 지급하는 교보생명의 ‘나를 담은 가족사랑 교보 뉴(New)종신보험’이다. 이 보험은 은퇴 후 필요한 노후 의료비를 사망보험금에서 먼저 지급해주고 의료비는 가입금액의 80%까지 횟수에 제한 없이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만일 의료비를 받다 사망할 경우 이미 수령한 의료비를 뺀 나머지 금액을 사망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어 남은 가족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고령화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됨에 따라 보험 상품도 그에 맞게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험개발원 생명보험상품팀 관계자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생활자금 준비부터 의료비 문제까지 은퇴 이후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며 “최근에 출시되는 상품들은 이런 필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손보사 중 총 5개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해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화재는 최근 ‘임신질환 실손입원의료비’ 특약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이 특약은 기존 실손의료비에서 보상되지 않던 임신, 출산 관련 질환을 보장한다.

또 통상적인 분만을 제외한 유산, 입덧, 임신성 당뇨 등으로 입원 시 1000만 원 한도로 입원비의 80%까지 보장한다. ‘임신질환 실손입원의료비’ 특약은 △담보 개발의 독창성 △소비자 편익 증대 △태아뿐만 아니라 산모까지 보장을 확대해 자녀보험의 트렌드를 반영한 점을 인정받아 손보협회로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받았다. 특히 출산연령 고령화로 증가하고 있는 임신질환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해소한 점과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에 부응하는 보험의 공공성을 높인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총 11개의 배타적 사용권을 취득한 한화생명은 연금보험에서만 8개의 배타적 사용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업계 최초로 ‘연내 자유납’ 기능을 도입한 상품인 ‘The따뜻한 Free연금보험’으로 지난해 배타적 사용권을 얻었다. 매월 보험료를 내야 하는 기존 납입 방식과 달리 연간 보험료를 일정 금액으로 정해놓으면 수시로 연중 보험료 총액을 채워 넣으면 돼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을 받기 위해서는 시시때때로 바뀌는 사회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일선 현장에 있는 지점장들과 재무설계사(FP)들의 목소리를 담아 소비자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보험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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