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사회악’ 보험사기, 특별법 만들어 엄벌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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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부장검사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부장검사
지난해 필리핀 원정 교통사고를 가장한 보험사기 사건이 있었다. 피해가 수십억 원에 이르는데 우리의 사법 관할이 미치지 않는 허점을 악용한 범죄였다. 올봄에도 고가의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가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이런 보험사기 피해 추정 금액은 2012년 약 4500억 원에서 매년 크게 증가해 지난해에는 약 6000억 원에 달한다.

언론이나 문헌에서 흔히 접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말은 사실 보험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험 가입자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키거나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는 행태는 근대 보험제도의 시작과 함께 발생한 오래된 범죄행위다. 보험사기는 단순 재산범죄에 그치지 않고 필연적으로 방화 손괴 살인 상해 등 강력범죄를 수반한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보험제도의 사회적 기능과 신뢰를 붕괴시킬 우려도 있다.

늦었지만 최근 국회에서는 특별법을 제정해 보험사기에 강력히 대처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그것이다. 일각에서는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는데 굳이 형사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한다. 일견 일리 있는 말이다. 필자 역시 검사시절 형법 위반으로 보험사기를 처벌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사기죄는 유형이 워낙 다양하고 기술적이어서 법망을 빠져가는 사례가 너무 많다.

범죄의 유형을 세분화하는 것은 최근의 추세다. 살인죄가 그렇고, 사기죄도 컴퓨터 이용 사기나 신용카드 무단사용 사기 등 별도의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있다. 이 같은 처벌 규정은 법률의 공백을 보완하고 예방 효과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크다.

특별법을 마련해 보험사기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이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규모가 큰 주들은 대부분 보험사기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해 최고 20년까지 중형을 선고한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도 마찬가지다.

형벌 법규는 그 존재 자체로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 형법학의 통설이다. 막대한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보험사기를 막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보험사기를 바로잡는 것이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로 가는 길이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부장검사
#사회악#보험사기#특별법#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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