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청년의 길, 기능한국인을 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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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필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현장을 자주 찾는다. 일자리를 찾느라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을 볼 때마다 ‘기능한국인’이 떠오른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체에서 현장실무 경력을 쌓은 기술인 가운데 자기 분야에서 최고 경지에 오른 인물을 매월 한 분씩 선정하여 표창해왔다. 2006년 8월 첫 번째 기능한국인이 탄생했고, 올해 6월 대망의 100번째 기능한국인이 탄생했다. 100번째 인물은 45년간 초정밀부품 산업기계장비 제조 분야의 한 길을 걸어 지난해 55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대성하이텍 최우각 대표다.

그간 선정된 기능한국인 100명 중 82%는 자신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매출액 173억5000만 원을 기록했고, 평균 근로자 수는 79명, 최대 360명을 고용하고 있다. 나머지는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의 이사나 공장장으로 재직 중이다. 급여도 대부분 연봉 1억 원이 넘는다. 이들의 경력과 특성을 살펴보니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대학 진학보다 일터를 먼저 선택했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사람이 여섯 명이었고, 어려운 형편에 아예 학교의 문을 두드리지 못한 사람도 네 명이었다. 때로는 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학력 차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흔들림 없이 한 길을 걸어왔다.

데이터, 디지털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1990년대에 데이터 복구 기술을 연마해 회사를 설립해 현재 이 분야 1인자가 된 ㈜명정보 이명재 대표, 산업용 공작기계 국산화 시대를 연 한맥기연㈜ 양정식 대표, 기술력과 현장경험으로 환경오염방지설비를 만들어 낸 그린컨기술㈜ 하승범 대표 등. 이들이 바로 ‘혁신의 DNA’ ‘능력의 DNA’를 가진 기능한국인이다.

박근혜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법을 찾고 능력중심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한국형 도제훈련인 일-학습 병행제를 마련했다. 이때 기능한국인이 멘토 역할을 한다. 둘째, 학력이 아닌 직무능력을 우선시해 채용 보상 승진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업의 인력운용방식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셋째, 기능한국인,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 대한민국명장 등과 같은 숙련 기술인들이 정당한 대우와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얼굴에 복면을 쓰고 노래 실력과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내는 방송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방송처럼 학벌이나 스펙 없이 편견을 이겨내며 오직 ‘실력’ 하나로 최고 전문가가 된 기능한국인이야말로 청년들이 열광하는 ‘복면가왕’이 아닐까.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청년#기능한국인#대성하이텍#최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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