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박병하의 수학 다르게 보기, 제대로 보기] 소크라테스가 여러분에게 질문 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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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각형의 넓이를 두 배로 하는 정사각형을 만드시오’
√ 다르게 보기

세상에는 신기한 것도 참 많다. 내가 수학 공부를 시작한 지 3년쯤 되었을 때다. 기기묘묘한 연못과 분수들로 유명한 곳에 갔다. 그중 모양만 정사각형일 뿐 심심한 연못이 하나 있었다. 정사각형이라니? 연못 하면 으레 원형이라고 여겼던 나에게는 그것도 신기해 보였다. 그런데, 저거 정말 정사각형일까? 그게 궁금했다.

그 연못의 네 귀퉁이로 가서 직각인지부터 확인했다. 직각이었다. 걸어 보니 네 변의 길이도 같았다. 과연 정사각형이로다. 꼭짓점마다 가로등이 하나씩 서 있었다. 그걸 보고 있는데 질문 하나가 퍼뜩 생각났다. 저 가로등을 물에 잠기지 않게 둔 채 넓이가 두 배인 정사각형 연못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많은 생각 중에 왜 그런 질문이 찾아드는지 나도 모를 일이었다. 수학 공부를 하면서 생긴 병이지 싶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문제를 탄생시켰으니 풀이도 탄생시켜야 한다. 연못을 따라 걸으며 생각을 모았다.

소크라테스가 그 비슷한 문제를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 지나서다. 소크라테스는 유명한 철학자다. 살아 계시면 2000 하고도 500세쯤 되는 분이다. 어느 날 소크라테스는 정사각형을 그려 놓고 노예 소년을 불렀다. 이게 무엇이냐? 네, 정사각형입니다. 좋다. 한 변이 1이면 넓이는 얼마이냐? 넓이는 1입니다. 좋다. 이 정사각형의 넓이를 두 배로 하면 얼마인지 알겠느냐? 네, 소크라테스 님, 1의 두 배니까, 2입니다. 똑똑한 아이로구나. 좋다. 하나만 더 묻겠다. 이 정사각형의 넓이를 두 배로 하는 정사각형을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여러분도 느끼겠지만 마지막 질문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제곱해서 2인 수를 찾는 문제라, 식으로 쓰면 χ2=2이고 이 식은 2차 방정식이라는 무시무시한 말로 부른다. 그리고 그런 χ는 √2라는 이상한 기호로 쓰고 무지 어렵다고도 한다. 그러나 수학에 까막눈인 노예 소년도 결국 풀어냈다. 우리는 그보다 수학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다. 짐작해서 풀고 따져서 확인하며 고쳐 가면 된다. 기어코 찾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면서.

1차 시도. 길이를 두 배로 하면 혹시 될까? 노예 소년도 처음에 그렇게 답했다. 길이가 2면 넓이는 2×2=4이다. 넓이는 두 배가 아니라 네 배가 돼 버렸다. 따라서 길이 2는 너무 길다. 1차 실패. 괜찮다. 2차 시도. 1과 2의 반인 1.5는 어떨까? 어디 보자, 1.5×1.5=2.25. 아뿔싸, 비슷하지만 2를 약간 넘는다. 2차 실패. 1.5보다 살짝 작겠다. 혹시 1.4일까? 그러면 넓이는 1.4×1.4=1.96. 아깝다. 넓이 2보다 아주 조금 작다. 그러니 1.4보다 아주 조금 길 것 같다. 1.41인가? 계산기를 눌러 보니 1.41×1.41=1.9881. 저런, 아주아주 찔끔 작다. 그것보다는 길어야겠다. 그럼 1.42? 1.42×1.42=2.0164. 이런, 아주아주 찔끔 크다. 할 때마다 점점 2에 더 가까워지지만 정확히 2는 아니다. 휴!

잠깐. 그런데 이렇게 계속하면 언젠가 2가 나오기는 하는 걸까? 이게 진짜 수학다운 질문이다. 나올까? 안 나올까? 알쏭달쏭하다. 생각을 세게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이 문제는 잠시 놔두고 다시 본래 문제로 돌아가자. 먼저, 지금까지 한 것을 점검한다. 길이를 1.5로 하면 넓이가 2보다 조금 컸고 길이를 1.4로 하면 넓이가 2보다 아주 조금 작았다. 게다가 가로등 하나가 물에 잠긴다(그림 1). 모두 실패다. 그러나 도전이 쓸 데 없는 건 아니다. 실패는 디딤돌이다. 1.4와 1.5 사이에 있다는 것은 알았지 않은가. 아름다운 실패였다. 그 사이 어디일까? 그것만 알면 된다.

생각을 바꿔, 어디 보자. 길이는 그대로 두고 위치를 바꿔 보기 위해 컴퍼스를 돌려 보면 어떨까(그림 2). 아니, 그런데, 자, 잠깐. 확대한 그림 3을 보니, 1.4와 1.5 사이에 정사각형의 대각선이 있다! 혹시 대각선이 찾던 길이 아닐까? 어쩐지 그럴 것 같은 냄새가 진동한다. 나에게는 그런데 여러분은 어떤가?

해 보니 정말로 그렇다. 대각선을 긋고 그림 4처럼 옮기고 거기서 삼각형 A와 삼각형 B는, 접으면 겹친다. 그래서 바깥에 있는 큰 정사각형은 안에 있는 작은 정사각형보다 정확히 2배 크다. 제곱해서 2인 길이는 원래 정사각형의 대각선인 길이였던 것이다! 게다가 꼭짓점에 서 있는 가로등이 물에 잠기지도 않는다. 문제를 탄생시키고 시도하고 확인하고 고치면서 결국 문제를 해결했다. “수학은 영혼을 키우고 잘 생각하도록 도와주노니,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여,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라.” 소크라테스 님이 했던 그 말이 문득 생각나면서 우쭐해지는 건 또 왜일까?
○ 더 생각해보기

1. 길이를 1.5하고 1.4하고 1.42하고 1.41까지 해봤다. 이런 과정을 계속 하면서 계산기로 제곱해보라. 언젠가는 ‘정확히’ 2가 될까? 절대 안 될까?

2. 제곱해서 3이 되는 수를 찾는 멋진 문제를 만들고 친구와 풀어 보자.

박병하 ‘처음 수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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