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에 밀려 ‘작전상 후퇴’만 외친 한국영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24일 07시 05분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점유율이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영화 ‘장수상회’와 ‘순수의 시대’, ‘간신’(왼쪽부터) 등은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사진제공|빅픽쳐·화인웍스·수필름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점유율이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영화 ‘장수상회’와 ‘순수의 시대’, ‘간신’(왼쪽부터) 등은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사진제공|빅픽쳐·화인웍스·수필름
■ 네거티브 키워드로 본 상반기 한국영화 결산

맞대결 피하다 되레 외화에 흥행 길 터줘
기획용 영화 피로감…장르 편중화 한계
허리영화 전멸…12년 만에 최저 점유율


한국영화 점유율이 12년 만에 최저 수준인 41.1%(22일 기준·영화진흥위원회)로 곤두박질쳤다. 아직 하반기 성적을 지켜봐야 하지만 상반기만 보면 처참한 수준이다. 점유율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 시선이 더 많았던 상반기 한국영화를 ‘네거티브 키워드’로 결산한다.

● 콘텐츠의 함정

올해는 공감 가는 이야기보다 특정 콘셉트를 겨냥한 이른바 ‘기획용 영화’가 줄을 이었다. 3∼4년 전부터 시작된 복고바람을 뒤늦게 따른 ‘쎄시봉’과 노년의 사랑을 다시 그린 ‘장수상회’가 대표적이다. 대중문화 인기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이미 소모될 대로 소모된 소재를 재연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 속에 각각 171만, 116만명을 동원했다.

갈수록 심화하는 ‘장르 편중화’의 폐해도 속속 드러났다. 2∼3년 동안 집중적으로 제작된 사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명량’(1761만), ‘해적:바다로 간 산적’(866만), ‘군도:민란의 시대’(477만)까지 잇단 흥행작을 탄생시켰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개봉한 사극 3편 가운데 ‘간신’(110만)과 ‘순수의 시대’(46만)는 손익분기점조차 넘지 못했다.

이 같은 장르 편중화의 우려 속에 하반기 잇따라 선보이는 시대극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7월22일 ‘암살’을 시작으로 ‘동주’, ‘대호’에 이어 ‘아가씨’, ‘해어화’ 등이 선보인다.

● 작전 실패

예상을 빗나간 외화의 반전 흥행과 그 여파는 고스란히 한국영화 부진으로 이어졌다. 2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와 5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등 상대적인 약체로 평가받은 외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영화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문제의 심각성은 외화와의 맞대결보다 ‘작전상 후퇴’를 선택한 한국영화가 많았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4월23일 개봉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맞붙은 한국영화는 제작비 4억원의 ‘약장수’가 유일했다. 안방을 내주고 외화 흥행에 길을 터준 ‘작전 실패’ 탓에 상반기 외화의 점유율은 12년 만에 최고치인 58.9%까지 치솟았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23일 “외화가 연달아 대박을 터트려 개봉작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상당히 많아졌고 거기에 메르스까지 겹쳐 어떻게든 리스크를 줄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허리영화’ 전멸

대중의 관심을 얻을 만한 새로운 시도가 부족하고, 이렇다 할 경쟁 없이 외화에 밀리는 한국영화가 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결국 ‘허리영화’도 사라지다시피 했다. 누적 관객 400∼500만명을 동원하는 중대박 흥행작이 상반기 한 편도 나오지 않았다. ‘국제시장’이 올해 1월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동원했고 5월 ‘어벤져스2’ 역시 1000만 관객을 거뜬히 넘긴 점과 비교하면 흥행에 관한 한 ‘빈익빈 부익부’ 양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영화시장의 ‘현재’를 증명한다는 지적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흥행할 만한 대작에 집중되는 시장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비평적 성과와 상업적 성공을 함께 거둔 중대박 영화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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