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KOVO컵…강행 vs 8월 vs 9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24일 05시 45분


일정대로 추진땐 메르스 영향 관중 축소 감수
8월 개최 비용문제…9월은 구단 스케줄 차질
두번째 심판아카데미 ‘포청천 경쟁시대’ 실감
이용희·안재웅 코치, 심판 제2인생 도전 눈길

2015 KOVO컵 개최 여부가 26일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청주시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속에 7월 10일 개막 예정인 KOVO컵을 어떻게 할 것인지 최종 결론을 내린다. KOVO는 18일 실무회의에서 각 구단에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대회를 유치한 청주시는 KOVO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 KOVO컵 개최 3가지 방안

26일 KOVO 이사회에서 결정할 방안은 3가지 가운데 하나다. 당초 예정대로 7월 10일 개막하는 방안이 첫 번째다. 구단들은 이미 이 스케줄에 맞춰 훈련해왔다. 대회 일정을 변경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원래 계획대로 강행하자는 것이 일부 구단의 생각이다. 이 경우 관중 감소 등 흥행은 최악을 감수해야 한다.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7월 3∼14일)와 일정이 겹쳐 초반에는 중계방송도 어렵다. 비디오판독도 없어진다. 국민은 여전히 메르스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데다, 실내경기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 뒤 대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있다. 8월 10∼18일, 9월 12∼20일의 두 가지 대안이 있다. 8월 대회 시에는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로 의미를 둬 진행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특별한 팀의 초청도 준비하고 있지만, 비용문제 등 변수가 너무 많다. 이사회에서 반대할 수도 있다.

9월 개최 방안은 KOVO컵 탄생 목적과 가장 부합된다. 새 시즌 개막에 앞서 각 팀의 전력을 평가해보고, 리그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대회가 될 수 있다. 김건태 KOVO 심판위원장은 “처음 KOVO컵을 만들었을 때의 목표가 야구의 시범경기처럼 시즌 전에 각 팀과 심판, 연맹 구성원들의 준비상황을 점검해보자는 취지였다. 대회 개최지도 프로배구팀이 없는 곳에서 했다. 프로배구의 시장 개척을 위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장점은 있지만 각 구단이 전지훈련 등의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

● 심판에 투자를 많이 할수록 좋은 판정을 내린다!

6월 16∼23일 2015 KOVO 심판 아카데미가 열렸다. 이번 교육에는 심판위원회 5명과 기존 심판 29명, 강습생 4명 등 40여명이 참가했다. 16일 이론 및 심판기록법 테스트를 시작으로 FIVB(국제배구연맹)의 변경된 규칙과 가이드라인에 대한 강의, 지난 시즌 V리그 비디오판독 사례와 관련한 시청각 교육이 진행됐다. 17일부터는 본격적인 실전을 통한 실기교육이 이어졌다. 교육에 참가한 심판들이 선수로 경기를 하면서 코트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직접 만들며 경기운영 및 판정기준 등을 실습했다. 감독 퇴장과 레드·옐로카드, 재심 요청, 포지션 폴트 등 평소 보기 어려운 상황이 경기 내내 나왔다.

심판 아카데미는 지난해에 이어 2번째다. 지난해는 새로운 심판을 뽑는 데 큰 목표를 뒀다. 신경수, 송인석, 김은영 등 프로배구선수 출신들이 도전했고 2014∼2015시즌 실전에 투입돼 판정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기존 심판의 능력 향상과 냉정한 실력 점검, 새로운 심판 발굴 등 3가지 목표를 세웠다.

8일간의 교육 일정은 빡빡했다. 모든 심판이 고교팀의 연습경기 때 투입돼 실전처럼 판정을 내렸다. 이를 심판위원들이 냉정하게 체크했다. 김건태 심판위원장은 “선심 가운데 주·부심으로 승격할 사람을 결정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정한 잣대로 평가해 결정한다. 심판지원자들도 베테랑 심판들이 내린 평점을 기준으로 성적을 매긴다”고 설명했다. 심판도 이제는 경쟁과 적자생존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심판들 스스로 판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구단도 판정을 보는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각 구단은 자기 팀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정을 평가하고, 억울하면 공문으로 항의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이란 없다. 심판은 항상 옳은 판정을 위해 노력한다. 구단도 판정의 결과에 대해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심판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지원하고 투자하는 방안을 먼저 고려해봐야 한다. 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났듯,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고 효과도 크다.

● 코치에서 심판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꾼 사람들

올해 심판 지원자들 가운데 눈에 띄는 사람은 도로공사와 현대캐피탈에서 코치로 활동했던 이용희 전 코치와 안재웅 전 코치다. 심판 아카데미를 통해 새로운 인생에 도전했다. 세터 출신의 이 전 코치는 “심판으로서의 자질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캐피탈에서 아가메즈와 케빈의 통역도 담당했던 안 전 코치는 다른 팀의 지도자 제안도 받았지만, 심판을 선택했다. 국제심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인 어학 능력에서 큰 기대를 사고 있다.

김건태 심판위원장은 “현재 나라별로 국제심판 정원이 20명인데, 우리는 13명밖에 없다. 국제무대에서 우리 배구가 역량을 키우려면 대표팀이 좋은 성적도 내야 하지만, 국제심판을 많이 배출하고 배구외교에도 힘을 써야 한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 V리그의 10주년 비전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있다.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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