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英 복지의 회전목마 멈추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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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총리 ‘복지축소 전쟁’ 선언

“복지 의존하는 수십만명 일하게해
低세금-低복지 구조로 바꿀 것”
野-국민은 반발… 10만명 항의시위


“많은 세금을 물려 복지 혜택을 늘리는 영국 사회를 반드시 개혁할 것이다.”

영국 보수당 정부를 이끄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복지 혜택 축소’ 전쟁에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22일 연설에서 “저소득층에게서 세금을 받은 다음 그들에게 복지 혜택이라며 돈을 주는 터무니없는 ‘회전목마(merry-go-round)’를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복지 혜택에 의존하는 수십만 명의 영국인을 일자리로 돌려보내겠다”고 덧붙였다.

캐머런 총리는 앞서 ‘1.4.7’을 언급하며 정부의 복지 축소 계획을 밝혔다. 영국의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에서 각각 1%와 4%인 데 비해 영국의 복지 지출은 세계 복지 지출의 7%를 차지해 ‘복지 과잉’ 상태라는 것이다.

영국의 복지 개혁은 우선 재정 건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수당 정부는 지난 총선에서 2017년까지 복지 지출에서 120억 파운드(약 21조 원)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보수당은 당시 2018∼2019 회계연도에 재정흑자로 돌려놓겠다고 공약했다. 성공하면 18년 만의 재정흑자다. 캐머런 총리는 공약에서 “앞으로 5년간 증세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재정 흑자에 도달하려면 ‘적게 걷고 적게 쓰는’ 방법밖에 없다. 영국 정부의 현재 사회보장 예산은 2200억 파운드로 전체 예산의 약 30%를 차지한다. 보수당은 우선 근로 연령층 가구에 대한 연간 복지혜택 한도를 2만6000파운드(약 4500만 원)에서 2만3000파운드(약 4000만 원)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근로자 세액 공제를 포함한 모든 세금 감면 제도를 전면 손질할 계획이다.

복지 혜택 삭감의 불똥이 근로자들에게 튈 것이 우려되자 영국 정부는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약속했다. 복지 지출 120억 파운드 삭감 외에 정부부처별 지출도 130억 파운드(약 23조 원)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 탈세 억제를 통해 50억 파운드(약 8조 원)를 확보하는 등 모두 300억 파운드(약 51조 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복지 축소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달 20일 전국에서 약 10만 명의 반(反)긴축 시위자들이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런던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대 7만여 명이 피켓을 들고 행진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글래스고와 리버풀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시위에는 노동당 당수 도전에 나선 제러미 코빈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참여했다. 시위를 주도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모임’의 스티븐 터너 대표는 “보수당이 건강보험과 보건복지정책, 교육과 공공서비스 등에서 끔찍하고도 파괴적인 긴축을 추진하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과 이언 덩컨스미스 고용연금부 장관은 21일 선데이타임스에 공동기고문을 실어 ‘복지축소론’을 옹호했다. 두 장관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해로운 복지 의존 문화’를 개혁하는 것이 영국의 미래에 대비하는 우리 임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장관은 “전체 복지 지출 대비 근로계층의 복지 비중이 1980년대 복지 지출 전체의 8%, 1990년 10% 미만이었지만 2010년 거의 13%로 올라섰고 최근 5년간의 긴축에도 2019년에는 12.7%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공방이 가열되자 현지 언론들은 “영국의 복지 축소 실험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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